[김창기 한국교통대 교수] "피곤하고 지친 당신이 작게만 느껴지고, 당신의 눈에 눈물이 고이면 내가 닦아 줄게요. 험한 물살 위에 다리가 되어 드릴게요. 견디기 어려운 밤이 찾아올 때 내가 당신을 위로해 드릴게요. 내가 당신 편에 서 드릴게요".

지난 1970년에 히트해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면서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사이먼&가펑클의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라는 팝송의 가사다.

1970년대 전 세계가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고 경기가 침체되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사람에게 험한 세상을 이겨낼 수 있도록 자신이 다리가 돼 줄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 학생들을 위로해 줄 음악을 고르다 문득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 노래였다.

오늘날은 구사회적 위험과 신사회적 위험이 공존하고 사회해체형의 재난이 증가하며, 문화적 격차와 갈등이 심화되고 사회 전반적인 윤리의식의 약화로 윤리와 도덕에 대한 무관심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부채가 6000만 원에 달했을 뿐 아니라 양극화는 더욱더 심해지고 있어서 우리의 생활이 팍팍해졌다.

20세기 후반 이후에는 부정성 대신 긍정성이 지배하는 성과사회로 전환돼 '할 수 있다'는 것이 최상의 가치가 된 긍정의 사회다. 최선을 다하면 안 될 것이 없다는 정신을 말하는 것이지만 몸이 지치고 힘들기만 한 피곤한 사회에 살고 있다.

'완전히 죽은 돌'을 뜻하는 사석(死石)과는 달리 미생은 '완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는 돌'을 의미한다는 드라마 '미생'은 작년 한 해 동안 모든 회사원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우리 사회는 장그래와 같은 비정규직을 줄여야 할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미 지난 1980년대 중반에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은 40%를 넘어섰고, 현재 임금노동자 1840만 명 중에서 비정규직은 44.7%로 823만 명에 이르고 있다.

청년고용률은 40% 수준밖에 되지 않아 IMF 이후 최저치라고 한다. 취업난이 계속되다 보니 취업 준비나 어학연수·인턴 등을 위해 휴학한 대졸자 수는 지난해 46만 3000명에 달했고, 첫 일자리를 구하는 데 12개월이 소요된다고 한다.

칼 폴라니는 '거대한 전환'에서 사회의 붕괴와 경제에 함몰돼 인간이 시장의 부속물로 상품화되는 현대사회에서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의 활동을 통한 공동체 회복을 역설하고 있다.

'21세기 자본론'의 저자 로마 피케티는 양극화로 인한 중산층의 몰락과 상위 10%가 국민소득에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오늘날의 경제 현실에서 지난 1929년의 대공황과 2007~2008년의 금융위기를 반추하며 결국 조세제도와 복지제도를 통한 재분배를 해답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 흔히들 물적 자원과 인적자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더 중요한 것은 신뢰와 믿음으로 구성된 사회적 자원이 가장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를 바라보며 지쳐있는 우리 학생들에게 사이먼&가펑클의 노래를 들려주며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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