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변호사]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 일본은 지난 1947년 맥아더 점령군 사령부 때 평화헌법을 만들어 공포했다. 지속적으로 평화헌법 폐기를 위해 노력해온 아베 신조 정권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해 추진한 안보법안을 참의원 본회의에서 표결, 통과시킴으로써 이제 미국 등 밀접 관계의 국가가 공격당할 경우 대신해 반격하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안보법안은 일본 정부가 일본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사태로 인정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전 세계 어느 곳에나 자위대를 파견해 미군은 물론 다른 나라 군대에 대한 후방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마디로 일본은 이제 다시 '전쟁 가능한 국가'로 재탄생한 것이다.

풍성해야 할 한가위에 즈음한 일본의 안보법안 통과는 우리를 괴롭게 한다.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발을 들여놓을 가능성이 대두되기 때문이다. 19세기 말 청일전쟁과 20세기 초 러일전쟁 때 일본제국주의가 같은 방법으로 대한제국을 침략했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특히 본회의를 통과한 안보법안 중 '무력공격사태법'은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권리가 근저로부터 뒤집힐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자위대가 무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고, '중요영향사태법'은 기존의 주변사태법을 대체한 것으로 유사시 미군 후방 지원의 범위를 전 세계로 확장해 사실상 자위대의 활동 범위에 제한이 없도록 만들었다.

결국 위 법률을 통해 일본은 일본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자위대를 파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의 한반도 파견시 한국 정부의 요청과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긴 하나, 위 법률에 해당국의 요청이나 동의 규정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안보법안의 통과, 평화헌법의 사실상 폐기로 인해 일본이 이제 아무런 제한 없이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변신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외교력이 절실해졌다. 미국의 박수를 등에 업은 안보법안의 통과에 대해 우려하고 걱정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한미 군사동맹의 점검을 통해 일본이 우리나라의 동의 없이 한반도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오는 10월 말 쯤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일단의 제한을 가해야 한다.

일본의 안보법안이 잠재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의 우리나라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한일 정상회담을 통한 대화도 지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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