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필자는 충북에서 WISET(Woman in Science, Engineering & Technology) 사업단을 4년째 이끌면서 이공계 여자 대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나는 교육이 진정으로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믿는다. 그러다 보니 고민이 하나 생겼다. 여성을 여성답게 교육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남성과 동등한 역량을 갖도록 교육하는 게 좋을까?

젊은 시절에 필자의 부모님은 나를 여성으로 기르기 위해 많은 애를 쓰셨다. 골목대장 노릇을 앞장서서 하는 선머슴 같은 둘째 딸이 남동생들보다 씩씩하게 자라는 것이 못내 걱정이셨을 것이다. 세상의 권력 크기가 일정하다면, 남자들이 차지하던 부분을 여자들이 차지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남자들은 그만큼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 하지만 많은 여성들이 남성으로부터 권리는 찾으려고 하면서도 그만큼 희생은 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이러한 고민이 더욱 크게 다가온 것은 함께 WISET 사업단을 이끌었던 팀장이 어느 날 육아휴직을 하고 싶다고 말한 뒤부터다. 사업단의 성격상 일손이 매우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복직할 것이기 때문에 인력을 충원하기 어려웠다. 다른 연구원들과 필자는 힘들지만 서로 도우면서 일 년을 버텼다. 하지만 그녀는 돌아온 뒤 몇 주 버티지도 못하고 사표를 냈다. 가정과 육아 일이 많아져 힘들다는 게 이유였다. 이런 문제에 부딪치는 직장 상사는 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여성의 취업은 악순환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08년부터 여성가족부는 기업을 대상으로 여성친화기업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여성친화적인 조직 문화를 조성하고, 여성근로자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배려하는 노력을 기울였을 때 기업 인증을 하는 제도다. 인증을 받은 기업에서는 여성 편의시설을 실시하고 정시 출퇴근, 유연근무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를 운용한다.

올해는 임신 근로자 배려 및 모성보호제 활용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한다고 한다. 여성친화기업이 늘어나면 능력 있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아지고 자존감이 향상돼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이 만들어진다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보호는 오히려 역량을 약화시키고, 조직 사회의 피해를 줄 수 있다.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서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벗어나 동등한 인격체로서 자신의 역량을 길러낼 수 있도록 여성을 교육하는 것은 어느 수준까지일까? 나는 아직도 그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