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자 수필가] 아는 것은 병, 모르는 것은 약이라는 말이 있다. 차라리 모르면 다행인데 굳이 알아서 탈이 나고 문제가 발생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모를 때는 아는 척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언제 어느 때나 검색을 통해서 즉시 궁금에 대한 답을 주는 스마트폰 덕분에 지식은 하늘을 찔러 아는 것이 많아졌다.

최근 어느 TV 프로그램을 보다 보니 밑에 자막 문구 하나가 보였다. 기껏 좋은 피부 관리법이라고 추켜세우며 몇십 분 방송을 하더니 끝내는 과학적, 의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다는 자막 한 줄을 내보내고야 만다. 최후의 책임은 시청자 각자가 알아서 지라는 말이다. 차별화된 전략으로 뉴미디어의 시대를 열어나갈 것이라는 거창한 목적을 가지고 탄생한 어느 종편방송사가 전 국민을 상대로 책임 회피를 하니 불신의 사회답다.

어린 시절,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어머니께 물었다. 그때마다 항상 답을 들었고 답이 설령 정확하지 않았더라도 그분의 답은 내게는 무조건 정답이었다. 그러나 지식과 정보가 넘치는 지금 정답이라는 믿음은 실종이다.

초등학교 근처도 안 가본 그분이 아는 것은 삶의 궤적에서 얻은 지식이었다. 그러므로 옳고 그름을 떠나 필자에게 어머니는 신앙이었고 믿음이었기에 정답은 쉽게 얻어졌고 덕분에 자신감이 내 안에 쌓여갔다.

이른 아침에 국제발신이라는 제목을 붙인 문자 음이 울렸다. 국제라는 말과 관계된 일이 없기에 잠시 의아했으나 이내 '스미싱'이라는 말이 생각나 얼른 문자를 삭제했다. 모를 때는 아는 척하지 않는 것이 최상이므로 낯모를 사람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나 문자는 아예 본 척을 안 한다.

보이스 피싱, 스미싱의 피해자를 분석해보니 30대 여성과 40대 남성이 가장 많단다. 30대의 여성은 사회적 경험이 부족하고 외모를 치장하거나 결혼 준비 등으로 금융거래가 많고 40대의 남성은 사업과 관련하거나 가족의 부양으로 금전이 많이 필요한 세대다.

결국,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둘이서 피싱과 스미싱이라는 합작품을 만드는 것이니 손해를 입은 사람은 달리 누구를 탓할 수가 없다.

충북노인종합복지관이 30개 경로당의 600여 명 노인에게 지난 3월부터 시작한 '방송통신서비스피해예방교육'을 연말까지 진행하고 내년에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교육 덕분인지 아니면 그동안 살아온 연륜 덕분인지 걱정과는 다르게 노인층의 피해자는 다른 층에 비해 적다고 한다.

공짜는 양잿물도 먹는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해주겠다, 상품권을 할인해 줄 테니 사라, 공짜 쿠폰을 주겠다, 계좌로 입금되었다, 눈만 뜨면 무엇을 해준다고 전화기에서 수시로 유혹을 보낸다.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다고 자살이나 다름없는 양잿물마저 먹으려 하는가.

알아서 잘 살기가 예전보다 더 힘들어졌음이 분명하다. 새로운 미디어가 발달할수록 눈과 귀는 바쁜데 정작 답은 구하기가 어렵다. 이럴 때 가슴을 열고 지혜를 모으고 욕심을 버리는 길만이 잘 사는 방법인데 이 또한 막연하다.

잘 안다는 것은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인가, 아님 가슴 속에서 나온다는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 역시 뻔히 알면서도 알아서 잘 살기가 참으로 어려우니 혜안을 갖는 것만이 유일한 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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