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순

“화가 날 때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가정폭력과 관련한 교육을 받는 중이었다.
갑작스런 질문이고 길게 생각할 겨를도 주지 않은 그저 맨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종종 겪어내야 하는 그런 질문이었다.
ppt 자료에 나타난 피해자의 사진을 보고 있던 참이다.
화가 난다고 아내를 얼마나 구타했는지, 사진을 보는 순간 내 몸에 통증이 왔다.
아마도 얼굴을 찡그리는 내가 그 질문을 유도했는지도 모른다. 엉겁결에 대답을 했다.
“저는 화가 안 나는 데요” 몇몇이 킥킥 웃었다. 교수님도 정말 화가 안 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고 보니 근래에 내가 화를 낸 기억이 거의 없다. “사는 일이 행복 그 자체입니다”그러고 아차 했다.
피해여성과 대면하지는 않았지만, 처참하게 불행하다고 느꼈을 여성의 사진 앞에서 사는 일이 행복자체라니. 서둘러 “제가 조증 환자라 그래요.”라는 말로 가볍게 넘겼다. 강의장이 폭소로 분위기가 전환되었다.
사람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만 남에게 줄 수 있다고 한다.
자기 자신이 궁핍하면 남을 도울 수가 없는 것처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남을 사랑할 수가 있는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남에게 베풀 수가 있고 내 주머니 속에 사탕이 한 개라도 있어야 그것을 어린아이에게 건네 줄 수가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가는 행복한 발걸음에는 누군가와 부딪쳐서 넘어질 뻔 했다고 해도 시비하지 않을 것이다. 근사하게 눈웃음 건네고 곧바로 연인을 향해 행복한 마음으로 길을 재촉할 것이다.
간절히 소망했던 어떤 일이 이루어진 날, 그런 날은 누군가가 대놓고 나를 험담해도 그저 좋기만 하다.
기쁨이 꽉 차서 화가 내안에 들어올 틈이 없기 때문이다.
비참했던 과거를 딛고 세계적인 방송인으로 성공한 오프라윈프리와 미국의 국무장관을 꿈꾸는 가발공장 여공 출신 서진규 박사에게 나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이 나누어준 역경지수(逆境指數)를 통해 나는 자신감을 얻었고, 긍정적인 생각이 자신의 인생을 생각대로 만들어 준다는 것도 알았다.
그들의 성공은 나에게 꿈을 주었다. 성공의 경험을 가진 자는 성공을 나누어 줄 수 있고, 행복한 삶에 흡족한 사람은 행복 바이러스를 풍긴다.
웃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덩달아 웃게 된다.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사랑이든, 증오이든, 무관심이든, 누구나 공평하게 소유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마음을 가지고 살 것인지는 자신이 선택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욕구를 해결하지 못해 가족에게 폭력을 가하는 사람은 자신이 먼저 증오의 마음을 소유하게 되고, 그 증오의 마음이 자신을 스트레스로 먼저 파멸시킨다.
남편이 술 취해서 늦게까지 귀가하지 않는 날, 전화 한 통도 없는 그에게 나는 무시당한 느낌을 선택한다.
다음에는 화가 나는 감정을 선택하고 그러다가 새벽녘이 되어서는 걱정하는 마음을 선택한다.
그가 귀가할 때쯤이면 나는 지쳐서 기도하고 있다.
제발 무사하기만 하면 좋겠다고 처음부터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서 기도했더라면 함께 아버지를 기다리던 아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럴 기회를 놓쳤다.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어떤 마음을 선택해서 하루를 살아낼 지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말에 절대 공감하며 나는 오늘도 행복을 선택한다.
아니 행복하겠다고 결심할 것이다. 그리하여 내 낯빛을 밝게 하여, 나를 만나는 이들에게 행복한 마음을 나누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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