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장] 20년이 훨씬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어느 날 평소에 왕래가 없는 이름만 기억하고 있던 친구의 전화를 갑자기 받은 적이 있다.

회사 근처에 왔는데 잠깐만 시간을 내어 만나자는 것이다. 그날 외부에 중요한 행사가 있어 미안한 마음으로 간단한 안부 인사만 나누고 다시 연락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일 년 정도 지나 그 친구가 운영하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빠져서 사업을 접게 되었고 그 충격으로 잠적하였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됐다.

다시 생각해보면 혼자 견디기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으면 평소 연락조차 하지 않던 사람에게 도움을 기대하며 찾아왔을까 하는 안타까움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결해주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어려운 사정을 들어주고 공감하면서 아픔을 위로해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대인의 특징 중에 하나는 고독에 있다고 한다. 즉 혼자 있는 외톨이라 생각해 소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자존심이 강하여 남에게 부탁하는 것을 꺼려하고 혼자 해결하려는 홀로서기 경향이 많다.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다고 하는 생각은 착각일 뿐이다. 사소한 일이라도 의논할 생각만 있다면 새로운 기회가 열리며 삶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사람은 일생 동안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반복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사람이 갖는 세상의 지위는 우주의 운행처럼 쉬지 않고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단한 권력과 재력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결국 흔들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다만 고난과 역경을 인내하며 스스로 극복하기에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뿐이다.

형형색색으로 각각의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가을단풍을 바라보며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처럼 잔잔하게 흐르는 사랑의 선율을 듣고 싶은 시월의 마지막 월요일 아침이다.

사람의 외양(外樣)인 온전한 몸과 건강만을 사랑할 일이 아니라 내면의 깊은 상처마저도 껴안아주며 사랑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갖고 싶다.

보통 사람들은 온전한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삶의 여정에서 반복되는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삶의 질곡에서 간절하게 손을 내밀어 붙잡아주기를 갈망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동행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공감하면서 손을 내밀어 손잡고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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