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웅ㆍ소설가

우리는 한 시대에 약 30년에 걸쳐서 장군 출신의 최고 권력자의 통치를 받았다. 성공하면 충신이고 실패하면 역적이라는 말이 있듯이 군사 구테타는 성공을 하면서 군사혁명이니 새로운 시대니 하면서 이 나라를 통치했다.
장군 출신 통치자들이 군대식으로 나라를 다스리기를 30년이 지나고 보니 문화 의식이 저 멀리 사라지고 없다.
장군 출신 최고 권력자라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루즈벨트를 비롯해서 장군 출신 대통령도 상당수 있으며 그들은 자유 민주주의 이념으로 통치를 잘 한 것으로 되어 있다.
장군 출신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최고 권력자가 된 과정도 순수하지 못한데다 군대 의식으로 독재를 썼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자연히 정신세계에 해당하는 문화의식이 고갈되고 그러한 정책은 형식적일 수 밖에 없었다.
개발 도상국인 한국이 선진국으로서 세계 속에 우뚝 서려면 자동차 산업이나 철강 산업, 아이티 산업이 최고라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 정신문화 의식이 선진이 되어야 한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무식하고 야비하면 야만인이듯이 정신문화 의식은 인간 삶의 형태에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국민 정서에 직결되는 의식의 발전은 곧 문화의식의 향상에서 그 기초를 이룬다, 그렇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민 각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국가 정책에 문화의식의 개발과 활성화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필자는 크게 두 가지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 문화정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예산 책정이 과거처럼 쥐꼬리만큼 책정되는 형식적인 것을 넘어서서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둘째, 교육정책을 쇄신하여, 한창 책을 읽고, 연극을 보고, 뮤지컬을 보는 청소년이 되게 하기 위해 입시의 지옥에서 벗어나 정서 생활을 할 수 있게 바뀌어야 한다.
이를테면 수학이나 영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이 뛰어난 사람은 그쪽으로 진학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기본적인 것만 습득하고 나머지 시간은 책을 많이 읽고 문화생활을 하는 청소년들도 나름대로 진학하는 창구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공부가 진학이며 출세의 목표가 되니 책을 읽거나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그렇게 메마른 정서생활을 거친 청소년들이 어른으로 자라서 무슨 문화 의식을 가질 수 있겠는가.
한번은 어느 고등학교 학생이 학교에 소설책을 가지고 갔는데, 교사가 수험공부는 안하고 소설을 읽는다고 하면서 그것을 빼앗았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는가.
수험 공부가 청소년 시기에 모든 것을 대변해주는 세상에 살고 보니 발전을 해도 그것은 돈많은 졸부처럼 정상적인 성장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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