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주 선문대 교수] '커뮤니케이션' 수업시간에 다양한 국가에서 이루어지는 사회행동에 대한 토론을 한 적이 있다.

학자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7%정도의 말과 93%의 비언어 행동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고 말한다.

커뮤니케이션이란 두 사람 이상의 사이에서 일정 사인이나 기호(언어)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행동을 가리키는데, 이중 구두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커뮤니케이션 전체의 10%미만이라는 사실이다.

의사전달과 감정을 전달하는데 언어, 문자보다 시각이나 청각에 호소하는 몸짓, 표정, 목소리의 톤, 태도, 아이컨텍 등이 90%이상을 차지한다는 연구결과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보복운전은 외국에서도 로드레이지(road rage)라 해 종종 뉴스에 다뤄지곤 한다.

요즘 부쩍 가십거리로 등장한 로드레이지는 한국인의 사회행동문화를 통해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언급되어지는 부분이 '한국인은 표현에 인색하다'는 사실이다.

인색하다고 표현하면 정도가 약하다면 어쩌면 표현하기를 싫어한다.

미국 또는 일본에서 생활하다보면 엘리베이터나 어떤 공간에서 낮설은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었을 때 먼저 눈이 마주친 쪽에서 '하이' 또는 '곤니치와' 또는 고개를 살짝 숙이는 목례를 한다.

미안한 행동을 할 때나 했을 때의 행동도 마찬가지다.

'쏘리', '스미마센'이 자동판매기처럼 쌍방에서 튀어 나온다.

필자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생각해봤다.

한국의 가부장적 사회가 만들어낸 폐해일 수 있지만, 아랫사람 또는 어린사람이 먼저 인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먼저 눈이 마주쳐도 고개숙여 인사하기를 싫어한다.

고개숙이는 자체가 본인이 아랫사람 또는 약자라고 인정하는 것이 싫은 까닭이다.

또 하나는 우리사회가 서바이벌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굿 위너'가 아닌 '굿 루저'를 존경할 줄 모르는 이유다.

교양없는 사람을 영어에서는 'not educated people'이라고 한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한때 80%를 넘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심지어 교회까지도 서바이벌을 외치는 문화에서는 학력과 시민의식은 적어도 비례하지 않는다.

신호등이 많지 않은 미국은 먼저 도착한 순서대로 차례차례 출발하는 선착선출(先着先出)의 간단한 원칙에 아무도 얼굴을 붉히지 않는다는 것이 나를 루저로 생각하게 하는 한국 현실이 안타깝다.

새치기를 했으면 미안하다는 손짓, 쌍깜빡이 한 번으로 즐거운 드라이브가 될 수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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