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시각적 기호에 의해 인간 상호 간의 의사 소통 체계를 문자(文字)라고 한다. 한자와 같은 표의 문자(表意文字)가 있고 한글이나 로마자 같은 표음 문자(表音文字)가 있다. 말은 귀를 통해 의사 소통을 하지만 문자는 눈을 통해 의사 소통을 한다. 목소리는 입에서 나온 순간 사라지지만 문자는 항구적이고 훗날까지 전달된다. 그래서 문자가 중요하다. 세계 최초의 활자본 직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 문화유산에 등재됨을 계기로 시작된 세계문자서예협회(회장 김동연)의 '직지세계문자서예대전'은 올해 12회를 맞았다. 2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청주시문화산업단지 1층 상상마루에서 열리는 12회 직지세계문자서예대전은 직지의 위상을 높이고 문자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특히 역대 수상작가 초대전으로 수상작 88점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세계문자서예협회는 또 충북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이 기간에 같은 장소에서 동아시아문자문화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사람 그리고 문자의 향기'를 주제로 한글과 한문, 일본문, 내몽고문, 위그르문, 동파문, 이족문, 여서문 등 5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또 중국 장영 선생 초대전도 열리고 있다. 장영 선생은 중국 5·1문화상 일등상, 중국서협서법센터 교학성과전 일등상, 군중문화서화대전 일등상 등 수많은 수상 경력이 있으며 현재 청도시 서법협회 이사, 청도시 여서법가협회 부주임으로 활동 중이다.

머리카락에 글씨를 새기는 장문선 선생의 특별 초대전도 열린다. 칼 하나로 머리카락이나 쌀에 글을 새기는 작가다. 중국에 쌀알처럼 작은 물체에 글씨를 새기는 사람은 많지만 서법에 맞는 글씨를 새기는 사람은 드물다. 장씨는 어려서부터 서예를 시작했으며 20년 전 남들이 못 하는 것에 도전하고 싶어 쌀에 글씨를 새기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에 글씨를 새기는 작업에도 도전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쌀과 머리카락에 글씨를 새기려면 작업을 위한 확대경과 글을 새기기 위한 도구가 필요하다. 장씨는 글을 새기기 위해 날카로운 칼과 같은 도구를 직접 제작해 사용한다고 말했다. 쌀알 한 톨에는 270자, 2㎝ 머리카락 한 올에 287자를 새길수 있으며 단단한 물건이라면 어떤 글도 새길 수 있다고 한다. 지난 2010년에는 고운 소금가루 한 알에 11자를 새겨 넣는 도전에 성공하기도 했다. 장씨의 작품은 확대경으로만 확인이 가능하고 이번 전시회에 그의 진귀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문자 페스티벌에서는 문자를 춤으로 표현한 필무 공연도 펼쳐졌다. 李仁淑 북경수도체육대학 외래교수의 연출로 2명의 무용가가 출연했다. 서예를 이해할 수 있도록 문방사우, 한지, 서각, 배첩 등의 부스도 마련됐다. 특히 개막식에서는 한글, 한문, 위그르문, 내몽고문 등 문자 별 대표 작가 20여 명이 각 국의 글씨로 세계 평화와 남북 통일, 직지를 쓰는 휘호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문자는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문자 페스티벌, 직지서예대전 등 문자와 관련된 행사가 많이 열려야 한다. 이런 기회에 직지의 우수성도 성찰할 수 있다. 문자 페스티벌이 한 번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매년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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