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완하교수

대전 지역에서 필자가 참여하여 발행하고 있는 시전문 계간지 ‘시와정신’이 엊그제 겨울 호를 인쇄하였다. 어느새 ‘시와정신’을 발간해온 지 6년이나 넘겼다. 굳이 필자가 ‘넘겼다’는 표현을 쓴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지역에서 계간지 하나를 꾸려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가를 필자가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여기까지 오리라는 기대보다도 한호 한호를 꾸려간다는 자세로 묵묵히 걸어온 것이다.
타 지역의 계간지 활동보다 늦은 것이 대전의 위상이었는데, 2002년 가을 호로 ‘시와정신’이 창간되고 나서 뒤이은 다른 문예지의 창간으로 지금은 이전과 판이한 양상을 달리고 있다.
대전이 타 지역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활성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
2008년은 한국 현대시가 태동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로서 다양한 문학행사들이 있었다. 우리 ‘시와정신’도 cmb 대전방송과 정남 프로덕션의 후원으로 ‘한국현대시 100주년, 고은 시인 시력 50주년 기념특강’을 개최하였다.
고은 시인, 김재홍 비평가의 특강과 시낭송으로 마련된 행사에 대전의 시민들 400여명이 함께하여 매우 뜻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날의 내용을 ‘시와정신’ 겨울호에 ‘한국 현대시 100주년 기념 특집’으로 다루었다. 고은 시인은 ‘나의 시가 걸어온 길’에서 시인이 6·25를 겪고 반수 이상이 죽은 세대로서 살아남았다는 부채의식이 시를 쓰게 했다고 하였다.
‘만인보’를 쓰게 된 과정을 소개하면서 그의 작품 150권은 한 개인사를 넘어서 현대시 100년과 연결되는 공적 의미로도 읽을 수 있다고 소개하였다.
김재홍 비평가는 고은 시인의 시적 변모와 갱신의 과정은 한 개인사를 넘어선 우리 문학사의 폭과도 맞먹는 일이라고 하였다.
고은의 젊은 날의 방황과 절망을 넘어서 열리는 40대 이후의 역사에 대한 도전과 저항의 문학은 2000년대 세계문학 속에서 노벨문학상의 수상 대상자로 거론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2008년이 가기 전에 재삼 새롭게 한국 현대시 100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경제 대통령의 취임으로 열린 2008년도 이제 20일도 남지 않았다.
세계 시장의 오일값 폭등 및 환율 문제와 함께 몰아닥친 경제 한파가 당분간은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 문학계는 다소 냉각되는 분위기에 놓여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새 대통령의 취임 2년차가 경제나 사회적으로 가장 어렵다는 통설을 떠올려보면서 2009년을 맞이하는 마음자세를 재삼 가다듬어본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문학의 중요성을 더욱더 인식해야 할 것이다. 문학은 삶의 시련과 고통을 다스리고 그 어려움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비전과 긍정적인 삶을 펼쳐가는 지혜를 발휘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삶이 순탄치 못하다고 해도 시간을 따라서 가는 것이 우리 삶이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2008년, 아쉬움 속에서도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새해가 있기에 한해의 마지막을 보낼 수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2009년에는 독자 여러분들의 가정에도 큰 축복이 함께 하고 우리 사회의 문제들도 잘 풀려서 풍요롭고 활력이 넘치는 새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우리 ‘시와정신’도 2009년에는 더 신선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독자 여러분들께 다가갈 것을 약속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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