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옥자 수필가.

[한옥자 수필가] 국민가요처럼 변해버린 10월의 마지막 날밤을 노래한 '잊혀진 계절'이라는 노래가 종일 흘러나오던 날, 퇴근길은 몹시 추웠다.

아직도 가을이고 나무는 단풍잎을 매달고 있는데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니 나무도 어쩔 수 없이 잎을 놓아야 할 것이다.
 
가을이 다 가도록 산 근처도 가보지 못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아쉬움 하나가 또 늘어날 것 같아 현관 앞 자전거의 먼지를 털어 오랜만에 무심천을 나갔다.

청주시가 전 시민에게 보험혜택을 제공하는 자전거 보험을 들었다는 시민신문 기사를 보고 나서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인지 무심천 언저리에 조성된 보행로와 자전거도로에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억새와 갈대만 바람에 흩날렸다.

모처럼 자전거 페달을 시원하게 밟았다.

얼굴에 찬바람을 맞으니 가슴이 뻥 뚫린 듯 시원했고 몸도 훈훈해졌다.

이 맛에 자전거를 타는데 한동안 자전거 타기를 포기했었다.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를 구분하지 않고 이용하는 시민과 물이 고인 곳을 피하느라 급브레이크를 밟다가 몇 번 넘어지면서 어깨를 다치고 나서였다.

이번 청주시가 가입한 자전거 보험은 10월 24일부터 혜택이 시작됐으며 관내에 주민등록이 된 시민이면 사고지역에 관계없이 모두 보상이 가능하다고 한다.

1인당 연간 보험료는 410원이며 총 3억4000만 원의 보험료가 들었단다.

자전거이용을 활성화하는 방안의 하나라고 하니 환영할 만하지만 한편 문제점도 보인다.

양평군이 전국 최초로 자전거보 험을 가입한 후 지자제마다 보험 가입이 늘어나는 가운데 보상금액이 적다,

전동 킥보드나 전동 휠 등의 다른 교통수단에 대해서도 똑같이 보험혜택을 제공해줘야 공평하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 주장은 도심의 교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과 환경오염의 개선, 시민의 건강 증진 측면으로 볼 때 설득력 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아직도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를 구분하지 않고 제멋대로 이용하는 시민에 대한 의식 개혁이 절박하게 필요하다.

자전거도로를 침범해 놓고도 걷는 것에 방해되니 오히려 피해 가라고 주장하는 시민을 보면서 차로는 구분을 잘하면서 왜 저럴까, 화가 났던 적이 여러 번이다.

주어진 것을 최대한 활용해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사람의 자질이다.

행정기관은 관내 주민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발굴하고 시민은 이에 걸맞게 잘 활용하고 긍정적으로 호응을 해주어야 내가 사는 지역이 최고의 도시가 된다.

사후약방문이나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봐야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가을인가 했는데 겨울이 선뜻 문을 열고 들어오겠다고 하니 겨울 채비에 마음이 바쁘다.

겨울옷 준비도 해야 하고 김장준비도 해야 한다.

미뤘던 독감 예방주사도 맞아야 한다.

눈만 뜨면 할 일이 태산이다.

나라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쟁으로 시끄럽고 애매한 한중일 관계의 개선을 위한 회담으로 춥다.

가을이 실종된 가을을 보내면서 상대적으로 길어질 난방비 지출이 많은 겨울 걱정을 한다.

이것이 서민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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