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청주시장 피의자 신분 전환… 기소 불가피할 듯
회계책임자 처벌 따라 당선 무효 될수도
입·출금 내역 일부 선관위 회계보고 누락
'에누리' 1억원, 뇌물수수 혐의 적용 촉각
[충청일보 박성진기자] 검찰이 과연 이승훈 청주시장을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을까.
지난 2일 청주지검에서 소환조사를 받던 도중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상황을 보면 기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9시30분쯤 검찰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이 시장은 다음 날 오전 6시가 넘어서야 검찰청사를 빠져 나왔다. '1박2일'에 걸쳐 꼬박 21시간을 조사받은 것이다. 지난해 6·4지방선거 당시 이 시장의 선거캠프 및 홍보를 대행했던 기획사 관계자들에 대한 보강수사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이 시장에 대한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한다는 게 검찰의 방침이다.
검찰은 일단 이 시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 시장과 함께 조사를 받은 당시 선거캠프 회계책임자 R씨에 대해서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R씨는 청주시청에서 근무하는 별정직 공무원이다.
검찰이 주목하는 부분은 이 시장 측과 선거홍보 A대행사 대표 P씨 사이에 오간 '5억2000만원'에 달하는 금전 거래다. 특히 이 돈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 수사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따라 이 시장에 대한 기소 여부는 물론 개별 법률과 구체적인 법조문 적용이 결정된다.
검찰은 문제의 돈 중에서 2억원은 이 시장 측 선거캠프 핵심 관계자였던 L씨(현 청주시 산하 단체 사무국장)가 P씨에게 차용한 것으로 확인했다. 선거가 치러지기 수개월 전에 L씨가 먼저 P씨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이 시장 측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회계통장을 통해 공식적으로 이 돈을 정산했다.
나머지 3억원은 이 시장 측과 P씨의 계약에 따라 선거홍보비용 등에 쓰인 돈이다. 양 측은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3억원 가운데 법정선거홍보비용인 1억800만원은 지난해 8월 회계통장을 통해 정상적으로 결제됐다.남은 2억원 중에서 9000만원 가량은 계좌이체가 아닌 현금으로 5차례에 걸쳐 나눠 받았다. 이 시장이 직접 건넸거나 R씨가 '전달자' 역할을 했다. 돈을 건낼 때마다 금원 교부에 따른 영수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의 입·출금 내역이 선관위 회계보고에 누락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청주시장 후보자의 선거비용제한액(3억2300만원)을 초과해 사용했기 때문에 이 시장 측에서 의도적으로 축소 신고했다고 보고 있다. 당선 이후 이 시장은 선거비용으로 2억2610만원을 썼다고 선관위에 신고했다. 회계책임자였던 R씨가 정치자금법 49조(선거비용관련 위반행위에 관한 벌칙) 1항 또는 2항 6호의 죄를 범해 징역형 내지는 벌금 300만원 이상의 선고를 받으면 그 후보자의 당선이 무효로 된다. 당선인이 동 조항을 어겨 벌금 100만원 이상을 받아도 당선 무효된다.
선거홍보비용으로 쓰였지만 '에누리'로 탕감해준 1억원의 성격도 이 시장 측 입장에서는 불리하다.
1억원을 깎아주는 조건으로 P씨가 사업 관련 특혜를 제공받았다면 특가법상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부분을 채무면제로 판단하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된다. 정치자금법에는 '채무면제·경감'은 기부 행위에 해당된다고 명시돼 있다. 당선인이 정치자금법 45조(정치자금부정수수죄) 1항을 위반해 징역형 또는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당선이 무효된다. 현 상황을 이 시장이 무사히 빠져나가려면 모든 의혹이 소명되거나 검찰이 선거비용으로 보는 돈이 단순 정치자금으로 결론나는 것이다. 이 돈이 단순 정치자금이라면 회계 처리를 하지 않은 잘못을 물어 R씨는 사법처리될 수 있지만 이 시장의 신병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이 시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지만 경우에 따라 다른 혐의가 추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