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훈 변호사.

[박정훈 변호사]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일 3년 반 만에 한·일정상회담을 가졌다.

그 성과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아베 총리의 저간의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애초부터 커다란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든 만남이었다.

아베 총리의 지지세력이 보수성향의 우익이라는 점에서 아베 총리의 행보도 자유롭지 못하다.

회담의 최대 화두가 과거사 문제, 특히 위안부 문제 해결에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오히려 일반적인 정상회담과 달리 공동성명과 기자회견은 물론 오찬이나 만찬까지 생략됐다는 점은 양국 간의 입장차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98분간의 회담을 통해 "협의의 조기 타결을 위해 교섭을 가속화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고 한다. '협의의 조기 타결을 위해 노력한다'도 아닌 '교섭을 가속화한다'는 표현이 생소하다.

서로 으르렁대던 한·일 정상의 만남 자체가 성과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은 과거사 인식에 대한 양국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자리일 뿐이었다.

위안부 문제는 지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법적으로 해결이 끝난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경제상황이 대·내외적으로 급변하고 있다.

부족하나마 정상회담의 자리에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및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한국 가입 문제에 대해 양 정상이 협력하기로 합의한 것은 잘 한 일이다.

그 후속 조치로 양국 간 경제 협력을 논의할 고위급 협의회를 만들고, 양국 기업의 제3국 공동진출을 지원하는데도 합의했다.

위안부 피해 문제에 대해 일본의 태도 변화없이 일본 정상을 만나지 않겠다는 정부의 호언장담을 욕할 수만은 없다.

과거사 문제와 경제협력 문제를 이원화한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말까지 APEC, G20 회의 등 양국 정상이 만날 기회가 있다.

아베 총리가 내년에 일본에서 정상회의를 이어가고 싶다고도 했다.

지금 당장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점점 더 경색돼가는 한일관계를 바라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대로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고 우리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하되, 일본과의 경제협력에도 적극 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미·일의 주도로 이뤄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에 당황하던 정부의 모습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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