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비 건립 8일 만에 숨져

[충주=충청일보 이현기자] 의인 고 정연승 상사의 아버지 정경화 씨(71)가 아들의 추모비가 세워진 지 1주일만에 돌연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정씨는 지난 5일 오전 11시20분쯤 충북 충주시 가금면 잠병리 초당마을 자택에서 식사 도중 갑자기 쓰러졌다.
 
정 상사의 어머니가 119에 신고해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한 시간여 뒤인 12시30분쯤 결국 숨을 거두며 아들의 뒤를 따랐다. 지난달 28일 아들의 추모행사를 가진 지 8일째 되는 날이었다.
 
병원 쪽은 정씨의 사인을 급성 심정지(심장마비)로 판단했지만, 주민들은 아들을 잃은 상심이 불행으로 이어지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금가면 관계자는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하셨다. 충격을 견디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아들의 추모행사에 유족 대표로 참석해 애타는 부정을 내비쳤다.
  
그는 추모식에서 "아들은 어렸을 적부터 심성이 착해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며 정 상사가 고교 시절 물에 빠진 6명의 목숨을 구한 일을 소개했다. 아들의 추모비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제막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정씨는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가슴 깊이 쌓인 슬픔이 가시지 않는다.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며 괴로운 심정을 토로해 왔다.
 
정씨의 아들 정 상사는 지난 9월 8일 경기도 부천에서 출근길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피해자를 구조하던 중 신호 위반 트럭에 치여 서른다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숨진 뒤 지난 2000년부터 장애인 시설과 양로원에서 목욕과 청소 등 봉사를 해왔고, 결식아동과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매달 10만 원씩 후원해 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추모 물결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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