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김홍민 정치부장

 

[충청일보 김홍민 정치부장] 지난달 인천 대형 백화점에서 여성 점원 2명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객에게 사과하는 영상이 인터넷에서 공개되며 소위 '고객 갑질' 논란이 회자됐다.

올해 1월에는 대전의 한 백화점에서 여성고객이 의류 교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계산대에 있던 물건과 옷을 바닥으로 던지고 남성 직원의 뺨을 때리는 동영상도 공개됐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충북에도 이런 사례들은 비일비재하다.

판매 점원들도 '자존심'이 있을 텐데 이처럼 비참할 정도로 굴욕적인 행동을 하는 걸까.

◇백화점과 판매업체 본사가 원인 제공

고객이 그만큼 무서운 존재일까. 여론의 시각은 고객의 안하무인 격 '갑질'에 초점을 맞췄지만 점원들을 무릎을 꿇게 한 주범은 따로 있다. 바로 백화점과 판매업체 본사다.

이번 사건 후 인천 백화점은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해당 점포의 점원이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고 전했지만 유통업계 구조를 아는 사람들은 이를 믿지 않는다.

입점업체에 '슈퍼 갑'으로 군림하는 백화점 측은 매장 내 항의고객이 발생할 경우 해당 업체와 점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입점업체는 심할 경우 백화점으로부터 퇴점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유발했다는 이유로 해당 점원은 소속된 판매(입점)업체로부터 퇴사 등 인사상 문책을 당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점원들이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판매업체의 고객 응대방식도 문제다. 자동차 구입의 경우 '5년 10만km 소모품 무상 교체'라는 업체의 안내를 무시하며 무상수리 기간이 지났는데도 공짜로 A/S를 해달라는 고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의류나 시계, 액세서리 등의 품목도 회사별로 무상 A/S 기간이 정해져 있는데 고객에게 잘 알리지 않거나 고객의 항의전화에 본사 상담실은 '그때그때 달라요' 식으로 임시방편 대응을 하는 실정이어서 상황을 악화시킨다.

◇감정노동자는 우리 이웃

고용노동부는 지난 2일 부랴부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시행규칙' 및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대책을 내놨다.

개정안에 따르면 산재보험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적응장애'와 '우울병'이 추가돼 감정노동으로 인한 정신질병에 대한 산재 인정을 대폭 확대했다.

하지만 이런 법적 대책보다 우리 이웃을 배려하는 사회문화 조성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더불어 사는 선진시민의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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