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형 김천대 교수] 동료들과 시간이 잘 맞지 않아 어쩌다 혼자서 점심식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혼자 점심을 먹는 것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조용히 식사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말을 엿듣는 것은 매우 재미있는 일이다.

지난 주 혼자서 점심을 먹고 있는 데 옆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여자가 상대방 남자에게 '필요한 것, 유용한 것, 갖고 싶은 것'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어 봤다.

남자는 황당해 하는 목소리로 "글쎄요.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지요?"라고 반문을 했다.

여자는 "저도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요. 필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상적이면서 궁극적인 것 같아요."

"그럼 유용한 것은요?" 남자가 물었다.

여자는 "유용한 것은 현실적인 것이지요. 돈, 명예, 휴식 등 눈앞에 바로 있는 것 말이예요."

"음. 들어 보니 그럴듯한데요." 남자가 대답했다.

여자는 계속 해서 말했다. "갖고 싶은 것은 눈앞에 보이지만 가질 수 없는 것 같아요."

"왜요?" 남자가 여자에게 물었다.

여자는 "보통 사람들이 내가 갖고 싶은 것을 말할 때는 가질 수 없는 것을 말하잖아요."

둘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이 들면서 나도 필요한 것, 유용한 것, 갖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내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여자의 말대로라면 인생에 있어서 궁극적인 목표 내지는 희망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유용한 것은 무엇일까? 당장 필요한 돈, 시간, 친구, 가족 등일 것이다. 갖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아마 대한민국의 정치가 선진화된다든지 아니면 서민 모두 잘 살 수 있는 사회에 있고 싶다 등일까?

갖고 싶은 것을 생각해 보니 문득 화가 치밀어 오른다. 갖고 싶은 것은 여자의 말대로라면 우리가 갖기를 원하지만 실재로는 가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갖고 싶은 것을 왜 생각해야 할까? 결국은 가질 수 없는 것인데 말이다.

우리는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현실에서 절망해야 할까?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다. 적어도 우리는 가질 수 없다고 해서 그것을 갖는 것에 대한 꿈을 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누군가가 '갖고 싶은 것 있으세요?'라고 묻고 내가 갖고 싶은 것을 이야기 하면 가끔은 내가 원하는 것을 받기도 한 경험으로 비추어 보면, 무엇인가를 갖고 싶은데 그것을 가질 수 없다면 포기를 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그것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누군가가 나에게 필요한 것, 유용한 것, 갖고 싶은 것 중에 어떤 것이 마음에 드냐고 묻는 다면 나는 '갖고 싶은 것'을 좋아 한다고 말할 것이다.

필요한 것은 너무 멀리 있고, 유용한 것은 너무 가까이 있어서 곧 사라져 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갖고 싶은 것은 가질 수는 없지만 내가 노력한다면 얻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주며 이로 인해 나의 삶이 흥미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올 한 해도 어느덧 저물고 있다. 우리는 일 년 동안 필요한 것, 유용한 것, 갖고 싶은 것 중 무엇을 바라고 살았는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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