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 건양대 교수

▲ 박기태 건양대 교수.

[박기태 건양대 교수] 어릴 적 나는 책속에 단풍 몇 잎을 고이 넣어 두고 그것을 책갈피 삼아 책을 읽던 감수성이 예민한 순수한 소년이었다.
 
차차 나이를 먹으면서 그러한 감수성보다는 현실에 매달려 나의 안위와 행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려 했음을 가끔씩 되돌아 볼 때 약간은 석연치 않은 미소를 띠게 된다.

점점 혼탁해지는 사회의 그늘 속에서 남의 불행을 발판삼아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려는 마음들이 만연해 있고, 이기심과 황망함으로만 무장돼 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나 자신과 남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를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느껴진다.

나 자신과 남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네가지 덕목이 있다.

첫 번째 '자신을 남처럼 생각하는 것', 두 번째 '남을 자신처럼 생각하는 것', 세 번째 '남을 남처럼 생각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자신을 자신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모두다 소중한 덕목이지만 나에겐 두 번째 덕목이 특히 와 닿는다.

그래서 유명한 일화 한 가지를 말하려고 한다.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 날씨가 쌀쌀한 어느 날 한 청년이 길을 나섰다.

개울 하나만 건너면 고향인데 사방을 둘러 봐도 배가 없어 청년은 허리까지 차오르는 개울을 건너야만 했다.

그런데 개울을 다 건널 무렵, 뒤에서 한 노인이 "나도 좀 데려가 주겠소!"라고 소리쳤다.

청년은 행색이 초라한 노인이 안쓰럽고 걱정돼 찬 물살을 가르며 되돌아갔다.

노인을 업은 채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강기슭에 다다르자 노인은 갑자기 개울 건너편에 보따리를 두고 왔다고 한숨을 쉬었다.

청년이 가서 보따리를 가져오겠다고 말하자, 노인은 한사코 본인이 직접 가야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고민 끝에 청년은 노인을 다시 업고서 아무런 불평 없이 개울을 건너갔다왔다.
 
그리고 떠나려는 청년에게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 처음에 나를 업고 개울을 건넌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보따리를 찾으러 다시 가겠다고 했을 때 나를 외면하지 않고 도와준 이유가 무엇인가?" 라고 물었다.

그러자 청년은 "만약에 제가 두 번째 청을 거절했다면 처음의 수고까지 헛된 일이 될 것 아닙니까? 한 번 더 개울을 건넜기에 그리고 보따리를 찾았기에 앞의 수고가 두 배가 되지 않았나요?" 라고 대답했다.

이것은 청년시절 유비가 행한 나처럼 생각하게끔 만드는 훌륭한 일화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생기면 행복과 불행을 분간하지 못하며 독단적인 망상에 빠질 수 있는 반면에,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을 내 일처럼 여기고 도와줄 수 있다면 기쁠 땐 기쁨을 같이하고 슬플 땐 슬픔을 나누면서 진정한 행복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가 누군가에게 빚을 졌다면 그 빚의 열배를 갚고도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자.

그러면 더욱더 행복한 삶의 비결을 얻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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