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갑 교육·문화부장

[충청일보 장병갑 교육·문화부장] 올해 마음 편히 밥을 먹지 못했던 충북 학생들이 내년에도 '눈칫밥'까지 먹게 됐다.

무상급식 분담률을 놓고 올 한해 티격태격했던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이 각자의 입장이 담긴 예산안을 충북도의회에 제출했다.

도교육청은 내년도 무상급식비 총액 964억 원 중 91억 원 적은 874억 원만 본예산안에 반영했다. 충북도가 무상급식비 전출금을 줄였다 게 이유다.

충북도도 내년도 무상급식비 지원으로 151억5600만 원을 편성했다.

이는 내년도 초중학생 무상급식비 총액 964억 원 중 식품비 501억 원의 75.7%인 379억 원에서 도비 반영률 40%를 적용한 금액이다. 당장 무상급식이 중단될 일은 없지만 연말쯤 한 달 정도 무상급식에 차질이 예상된다. 공약으로 약속된 정책이 약속한 사람들에 의해 후퇴하는 것은 보는 학부모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충북에서 처음으로 진보 교육감이 탄생, 야당 지사-진보교육감 체제가 출범하면서 민선 6기는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의 정책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할 것으로 기대됐다. 적어도 야당 지사와 보수 교육감이 동거했던 민선 5기 벌어졌던 양측의 첨예한 갈등은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민선5기 시절 도와 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초·중학교 전면 무상 급식을 도입하고도 급식비 분담비율을 놓고 감정싸움이 불거진데 이어 의전 문제로 팽팽한 기싸움이 벌이지곤 했다. 지향점이 같은 야당 지사와 진보교육감으로 '밀월관계'가 기대됐던 도와 교육청이 결국 '돈'  앞에 무릎을 꿇은 모양새다.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로 인해 불거졌고 시행된 제도에 학생들만 가운데 끼인 꼴이 됐다. '무상급식' 이 정치적 포퓰리즘이란 반대 목소리에도 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눈칫밥' 먹는 아이들이 없어야 한다는데 공감했기 때문이다.

급식비조차 낼 수 없는 아이들에게 단 한 끼라도 평등하게 먹여야 한다는 취지다. 유치원과 고등학교로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김 교육감의 공약은 친환경 농산물 도입을 약속한 이 지사와 무상급식의 양적·질적 확대라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충북지역에서 무엇보다 기대됐던 무상급식이 '파행위기'에 '선별적 급식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무상급식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도와 교육청의 외침을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분이다. 무책임하다는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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