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 한국교통대 교수]두 번째로 내용상의 문제 제기로 현재 중앙정부가 파악한 지자체의 자체 사회보장사업은 총 5891개이고 예산은 6조4826억 원이며, 이 중 중앙정부의 사회보장사업과 유사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사업은 총 1496개로 예산은 9997억 원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중앙정부의 집계는 단지 유사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사업의 수와 그 예산규모를 나타내는 것이며, 이 집계로써 각 지자체의 사회보장사업의 필요성이나 적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사회보장사업과 유사하거나 중복성이 있다고 파악되는 1496개, 9997억 원의 지자체 사회보장사업을 단순히 예산의 낭비로 간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앙정부의 사회보장사업의 수준이 지역주민이 요구하는 적정수준에 미달해 이를 지자체 차원에서 보완하는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러므로 지자체의 사회보장사업 1496개 사업과 관련된 중앙정부의 사회보장사업의 수준이 적정한지를 먼저 평가하여야 하며, 유사·중복사업의 정비를 추진하기 전에 먼저 중앙정부 사회보장사업의 적정수준에 대한 기준선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방법상의 문제 제기를 하면, 중앙정부의 사회보장사업은 국민적인 합의를 토대로 구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각 지자체의 사회보장사업 또는 지역주민의 합의를 토대로 형성되어 왔다.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의 사회보장사업이 구축되는 과정에서 과도한 정치적 개입이나 일부 인기영합주의적인 측면이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의 사회보장사업은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제도가 형성된 바와 마찬가지로 그 사업의 지속과 정비 역시 수요자인 국민, 각 지자체의 주민과의 소통과 합의를 바탕으로 해 매우 민주적인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

지역주민의 복지, 특히 취약계층의 기초적인 생활과 관련된 사회보장사업의 존폐 문제에 대해 수요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 대안을 함께 강구하는 소통의 과정은 지역복지 증진에 매우 중요한 기제이며, 이를 통하여 지역주민의 협력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앙정부 일변도로 지자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의 정비를 추진하기보다는 사회보장사업의 수요자인 지역주민과 학계전문가, 지자체의 충분한 의견수렴이 선결돼야 하며, 각 지자체별로 매우 신중하고도 실질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한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

이와 같이 문제제기를 하며 지방자치제 이후 우리 사회가 사회보장에 관해 얼마나 많은 관심과 기대를 갖고 있는지 말할 필요도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주재원 만으로는 지역주민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어렵고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대리인의 관계에 놓여있다고 하더라도 상위기관과 하위기관의 수직적이며 위계적 관계의 성립과는 다르며 업무의 재량권 및 재정적 자율성이 보장된다.

다시 한 번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식이 아닌 협의와 타협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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