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박스 미디어플렉스 제공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이병헌이 호남 억양에 살벌한 표정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정치깡패 연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은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드라마극이다. 이병헌은 극중 대기업 회장과 정치인에게 이용만 당하다 폐인이 된 정치 깡패 안상구를 연기했다. 

이병헌이 연기하는 안상구는 야망을 향해 어떤 짓도 서슴치 않고 할 인물이지만 내 식구는 챙기는 전형적인 건달이다. 또한 사람을 믿을 때는 멍청하다 싶을 정도로 믿어 순수한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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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상구는 영화 속에서 전혀 착하거나, 멋지거나, 바른 인물이 아니다. 때문에 안상구 캐릭터는 사회를 살아가면서 다양한 내적 갈등을 겪고 있는 관객들과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캐릭터이다.

안상구라는 캐릭터는 영화 '신세계'에서 황정민이 연기했던 정청 캐릭터와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깔끔한 일처리로 권력을 가진 자들의 신임을 얻은 안상구와 비주류 조직 출신이라는 핸디캡에도 그룹 2인자까지 성장한 정청은 다른 인물이면서도 닮은 면이 있다.

순수한 듯하면서도 빠른 두뇌 회전과 끈끈한 의리파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한순간에 냉혹해지는 모습이다. 때문에 안상구 캐릭터는 남다른 연기력이 필요하다.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할리우드까지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병헌이라면 충분히 기대를 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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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데뷔 후 첫 사투리 연기부터 정치깡패로서 나락하는 상황, 복수를 다짐하는 상황 등 급변하는 안상구의 다이내믹한 인생을 각자 다른 감정과 표정으로 연기했다. 관객들은 스크린에 클로즈업된 그의 얼굴을 통해 분노, 절망 등의 감정에 몰입하게 된다.

'내부자들'이 대한민국 부패한 정치 시스템 속 야망을 향해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담아낸만큼 가볍지 않은 분위기지만 이병헌의 완급조절된 연기는 관객들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과 저마다 강렬한 캐릭터들 속에서 안상구 캐릭터의 가벼움이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잘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눈여겨 볼만한 것은 이병헌의 극중 패션이다. 잘나가던 시절에 입던 수트, 버림받은 후 다소 찌질한 옷차림, 감시를 피하기 위한 웨이터 복장, 헤어스타일 등 외적인 부분에서도 관객들의 지루함을 몰아내기 충분하다.

여기에 조승우와의 연기 호흡도 볼거리다. 충무로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연기력과 카리스마를 지닌 두 배우는 서로 탁구를 치듯 티격태격 하다가도, 투수와 포수처럼 공을 던지고 받는 듯한 연기 호흡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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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은 생애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역 같으면서 악역이 아닌, 영웅적인 면모를 보이지만 결코 영웅이 아닌 안티 히어로와 같은 안상구 캐릭터는 이병헌이 아니면 결코 소화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 '내부자들'은 19일 907개의 스크린에서 23만 1219명을 불러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청소년관람불가라는 관객몰이에 불리한 등급에도 많은 관객들의 발길을 불러모은만큼 흥행 질주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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