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장]사람은 일생 동안 행복을 느끼거나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과연 행복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뛰어난 학벌과 재력 그리고 명예와 같은 통속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꿈과 원하는 일을 이루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언론에는 내면의 성숙함보다 외관상 화려함으로 시선을 끄는 사람들을 성공스토리의 주인공으로 기사화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 요란하게 지면을 장식했던 스토리 주인공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를 보면서 때로는 당혹감을 느끼기도 한다. 사람들의 의식수준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아져서 이러한 세속적인 일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면의 깊이가 없이 겉모습만 화려한 쇼 윈도우 행복은 이제 부러운 대상이 아니다.

철학자 플라톤은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 태어난다는 것부터가 애초부터 괴로운 일이다.’라고 말하였다. 오늘날 적용하기는 쉽지 않지만,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그 만큼 괴로운 일의 연속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여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현대 사회는 급격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오래 살면 살수록 좋은 일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모습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기의 저항이 있어야만 새가 하늘을 날 수 있듯이 사람은 살아가면서 어렵고 힘든 일을 겪을수록 경험을 토대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결코 산다는 것은 오로지 괴로운 일이 아니라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하면서 기쁨과 행복도 함께 느낄 수 있기에 의미가 있다.

얼마 전 신문 사회면에 기사화되었던 내용이다. 인터넷으로 만나 동반자살을 시도하였다가 혼자 살아남은 한 대학생의 이야기다. 그는 ‘앞으로 40년 동안이나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는 것이 괴로웠기 때문이다’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삶의 목적이나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공허함을 견디기 어려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을 것이다.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느 누구의 상담이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혼자 고민하다가 발생한 일이 아닌가 싶어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다.

필자는 젊은 시절에 가졌던 꿈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꿈을 이루었는지 가끔 생각하곤 한다. 막연하게 하고 싶었던 일이 진정으로 원하는 꿈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실 꿈이라고 생각하였던 일들은 기억의 먼 곳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고교시절 진학 상담을 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선생님께서는 사람은 의식주 문제가 중요하므로 취업이 가능한 과에 진학하여 졸업 후 좋은 회사에 취직하거나 사업을 하여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나중에 얼마든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70년대 당시에는 생존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였으니 타당한 상담일 수도 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다소 아쉬움을 갖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직장에 다니면서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는데 크게 부족함이 없으니 감사할 일이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인간의 모든 고민은 대인관계에서 비롯되어 진다’고 말한다.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행복에 가깝다는 뜻일 것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행복한 사람 옆에 있어야 한다. 넓은 세상에서 사랑할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 행복은 무엇을 많이 가진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면서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꿈이 행복이라면 재력이나 명예 등 세속적인 행복은 성공의 구성요소가 될 수 있지만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만 자신이 주체가 되어 주위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최근 깊어가는 아름다운 가을의 끝자락을 보내기가 아쉬워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어우러진 멋진 음악회에 참석하여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공연 마지막 즈음에 40여 년 전 젊은 세대의 우상이었던 70대 청년(?)가수의 선창으로 ‘오늘이 내 생애에 가장 젊은 날이다. 그리고 내일이 또 다른 가장 젊은 날이다’라고 큰소리로 함께 외쳤다.

아무리 힘들지라도 오늘은 가고 다시 내일이 오며, 그리고 또 다른 날이 시작된다. 세월이 지나면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경험들이 이 세상의 무엇보다 값진 귀한 선물이 될 수 있다. 오늘의 소망이 내일의 희망으로 이어져 계속 꿈을 간직하며 살아갈 수 있기에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꿈이 있는 사람은 진정으로 아름다운 행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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