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청주시 용담명암산성동장]근무 중엔 휴대폰 사용을 잘 안하는 편이다. 며칠 전 점심을 먹고 휴대폰을 열어보니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던 흔적이 남아 있다.

궁금한 마음에 급히 전화를 걸자 아들의 목소리가 전과 좀 다른 것 같다.

전화를 왜 안 받느냐며 걱정스런 투로 말을 한다. 덩달아 나도 걱정이 되어 왜? 하고 되묻자 "집에  좋은 일이 있는데요, 집에 들어가실 때 몽둥이를 하나 들고 가세요"라고 한다. 

안 좋은 일이 있다는 말에도 이미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는데, 거기다가 몽둥이를 들고 가라니 순간 다리에 힘이 쪽 빠진다. 놀란 가슴을 진정하면서 재차 왜? 그러냐고 물었다. 사연인즉 할머니한테 전화가 왔는데 집에 길고양이 한마리가 들어와서 한바탕 난리를 치고는 이층으로 올라갔다고 하니 집에 들어 갈 때 조심하라는 말이었다. 어머니께 알아보니, 아들 방을 치우고 있는데 어디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나더란다. 여기 저기 찾다가 옷장 문을 여는 순간 고양이가 튀어 나와 기겁을 하고 놀라 뒤로 나자빠졌다고 하셨다. 고양이가 어찌 그곳까지 들어가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놈도 놀라서 이리저리 뛰다가 냅다 이층으로 올라갔단다.

아들 말대로 퇴근 후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가보니 창문 쪽 화분 옆에 고양이가 웅크리고 있다. 어쩔까 망설이다 일단 창문을 열고 밖 베란다로 나가게 했다. 다음날 아침, 궁금해 창문을 열어보니, 어제 그 상태로 눈을 감고 있다. 덩치가 작은 것으로 보아 새끼 같다. 갑작스런 환경 변화로 두려울 법도 한데 며칠을 굶었는지 몸을 바짝 웅크린 채 조는 모습이 몹시 측은해 참치와 햄을 가져다주니 언제 졸았느냐는 듯이 금방 다 먹어 치운다.

다음날 아들은 고양이 사료와 간식과 밥그릇까지도 사왔다. 박스 두 개도 가져와 하나는 잠자리용이고 다른 하나는 용변용이란다.

고양이 밥을 물에 말아주면서 길고양이들이 물을 많이 못 먹어 집고양이보다 더 일찍 죽는다고도 했다. 집에 들어온 고양이 때문에 알아보았단다.

아들은 자기 휴무 때돼밖으로 꺼내준다고 그때까지만 그냥 두고 보잔다. 귀찮으니 내 보내자고 할 수도 있을 텐데 아들의 마음 씀씀이가 대견해 그러기로 했다.

낯이 익자 창문만 열면 몸을 굴리며 애교를 부린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시간만 나면 자꾸 내다보게 된다. 어머니는 경로당 친구에게 고양이가 업둥이처럼 들어왔다고 자랑까지 하셨단다. 창문을 열고 세 식구가 얼굴을 디밀고 바라보면 이놈은 더욱 신이나 온몸을 비틀고 야옹거리며 좋아 어쩔 줄 몰라 한다. 이런 재미에 반려 동물을 키우는가 싶다. 저녁이 돼 밥을 주려하자 이제 낯이 익은지 창문으로 성큼 올라온다. 아들이 목덜미를 잡고 밖으로 나가 먹이를 주려고 내려놓자 그대로 달아나고 말았다.

잠시 며칠이지만 세 식구가 정을 담뿍 주었는데도 제 살던 곳이 편했는지 가버렸으니 아쉬운 마음에 먹이를 담아 밖에다 내놓았다. 아침에 그릇이 싹 비워진걸 보니 아주 떠난 것은 아닌가 보다. 안 좋은 일(?)이라 했던 길고양이로 인해 우리 가족 모두는 새로운 행복을 알게 되었으니 이런 안 좋은 일은 가끔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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