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 '통합(統合)과 화합(和合)'이란 마지막 유훈(遺訓)을 남기고 우리나라 민주화의 거목(巨木)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새벽 향년 88 세로 서거했다.

금융실명제 실시, 하나회 해체, 부정부패 척결, 역사 바로세우기 등 많은 업적과 임기 말의 외환위기를 막지 못한 과오도 있었지만 우리가 이 시대에 재조명하고 실현할 많은 비전과 교훈을 준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이었다.

지난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까지 서거하면서 '양김(兩金) 시대'는 지나갔다. 필자도 그 당시 상황이 불현듯 생각나지만, 그때는 민주 대 독재, 민주 대 반(反)민주라는 이분법적 시대였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은 국민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가치관이 다양해지고, 세대별로도 너무나 다양해진 다원화 사회가 됐다.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와 사회에서 지역, 이념 등의 갈등을 풀고 해법을 찾아야 할 때이다. 바로 '통합과 화합'의 계승과 실현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전문가들의 주장처럼 정부와 여야가 싸울 것은 치열하게 싸우되 경제 활성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선진화법 개정 같은 국익을 우선해야 할 국가적 과제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말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리더십(1.0), 양김의 민주화 리더십(2.0)에 이어 미래 지향적인 리더십(3.0)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필자가 운남성, 호남성 등 중국 여행을 하고 느낀 점 중 하나는 중국의 성(省)이나 자치구 하나도 한반도보다 넓은 곳이 많은데, 남북으로 분단까지 되었으니 면적으로 말하면 좁디좁다.

우리는 이 좁은 땅에서 하나가 돼 국익을 앞세워 매진해도 첩첩산중이고 이기기 어려운데도 지역 갈등과 세대 갈등까지 있으니 '통합과 화합'을 하지 못하면 이대로 주저앉을 지도 모른다. 우리보다 잘 살던 필리핀, 태국처럼.

특히 우리는 분단국가의 아픔으로 여러 악조건 속에서 눈물겹게 분투하고 있지만, 역사 바로세우기 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서로 싸우고 있다. '북한, 일본, 중국 등 과연 누구 좋으라고 국력낭비를 하나?' 생각하면 슬프기 짝이 없다.

며칠 전 23일은 북한이 연평도 포격 사건을 일으킨 지 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백령도와 연평도 등 우리 측 서북도서 해역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 이때도 북한은 응징과 보복을 거론하며 위협했다고 하니 우리는 국론을 하나로 하여 통합과 화합으로 더욱 막강한 방위력을 길러 도발을 미리 막아야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로 김영삼·김대중의 양김(兩金) 시대는 이제 역사가 됐으니, 이제 지역주의도 함께 근절시켜야 한다.

전국적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마련되어 조문객 발길이 이어졌다. 여·야는 물론 지역감정 없이 함께 애도하고 추모하고 있어 바람직하지만, '통합과 화합'도 아전인수(我田引水) 식으로 해석하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있어서 안타깝다. 앞으로는 선거 때만 되면 지역주의로 돌아가는 망국병을 없애고 통합과 화합으로 하나가 되고 국력을 막강하게 하여 선진국과 평화통일을 기필코 완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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