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병진 정신과 전문의

정신질환은 신체 질환이며, 신체 질환은 정신질환 즉 '심리적으로 불편한 상태'와 연관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첨단 검사 장비들은 많은 정신질환에서 뇌세포의 변화를 밝혀내고 있으며 이런 발견은 분자생물학적 수준에서만 아니라 육안으로 관찰 가능한 수준에서도 증명이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만성적인 우울증으로 인해 대뇌의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라는 구조물 내 세포수가 감소하여 크기가 작아지는 것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이렇듯 뇌 내의 세포변화나 해부학적구조물의 변화에 의해 불안감, 우울감, 잘못된 사고방식, 항진된 감각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뇌가 우리의 신체중 하나이므로 정신질환은 신체 질환이다. 또한 많은 신체질환이 그 개인에게 발생하게 된 경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적 취약성과 더불어, 삶을 통해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을 받아들이는 개인의 고유한 사고방식이 신체질환 발생에 중요한 원인이 된 것을 흔히 볼 수 있다.활발하고 감정이 풍부하며 적극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한 천성을 타고 태어난, 고혈압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을 예로 심리상태가 신체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해 본다.
이런 다혈질의 기질을 가진 사람이 성장과정에서 융통성이 부족하고 아이의 다혈질적인 기질에 비해 인내심이 적은 엄격한 부모의 훈육을 받게 된다면, 이 아이는 자라면서 자신의 진취적이고 다혈질적인 기질을 적절히 발휘하거나 승화시키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숨기고 억압하는 방법을 체득하게 되고 만성적인 긴장감이 발생하게 된다. 타고난 기질을 외부에 표현하지 않는 방식으로 갈등상황을 피하는 비적응적 방식은 지속적인 자율신경계의 자연스럽지 못한 항진을 필요로 한다. 자율신경계 항진을 이용한 긴장상태의 유지와 자기 억압으로 외부와의 타협, 순응은 일시적으로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성공하며 지내게 된다.
하지만, 자율신경계의 부자연스러운 항진을 통한 이런 외부 환경과 천성의 조화는 일시적으로는 사회생활을 성공적으로 하게 만들지는 모르지만, 장기간 지속되게 되면 혈압을 올리면서 고혈압, 부정맥, 뇌졸중 등 순환기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그리고 정신적으로는, 자율신경계기능의 고갈상태에 도달하게 되면서 공황장애나 우울증과 같은 중년기 정신질환을 유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이 연결되어 있고 정신질환은 신체질환이라는 새로운 인식을 가지는 것과 함께 자신의 정신건강을 일상생활 속에서 점검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많은 사람들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종합건강검진을 통해 신체질환을 조기 발견하려고 노력하듯이 이제는 건강검진의 한 분야에 정신건강검진의 개념이 포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신체증상에 촉각을 세우고 작은 이상 증세도 잘 느끼듯이, 정신건강증상에도 관심을 가지고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감정, 사고, 기분, 수면, 식욕, 활력정도에 대한 관심과 함께 삶속에서 보람을 느끼고 긍정적인 경험을 하는 정도 등을 바라보고 평가할 줄 알아야 한다. '모르고 사는 게 더 편하다'는 생각은 인생의 어느 시점까지는 잘 적용이 되는 관점일 수는 있지만, 모르고 바라보고 살지 않게 되면 언젠가는 더 큰 불안과 우울을 만나게 되어 한꺼번에 몰려오는 고통에 사로잡히게 된다. 자신에게 심리적 불편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긍정적인 심리적 상태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생활 속에서 꾸준히 유지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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