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 병원경영학과 교수] 최근 몇 년 사이에 대학가에는 온라인강의(e-learning)를 비롯해 그 이름도 생소한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블랜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문제해결형 학습(PBL), 프로젝트 수업방식 등 이색적인 강의방법들이 도입돼 강의실을 뒤흔들어놓고 있다.

플립 러닝은 학생들이 동영상을 통해 미리 예습을 하고 강의실에서는 교수와 함께 그 이론들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토론과 실습을 해보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거꾸로 학습'으로도 불린다.

블랜디드 러닝은 면대면 방식과 정보커뮤니케이션기술(ICT)을 혼합한 첨단 수업방식이다.

PBL 방식은 의학과의 고학년이나 경영대학원에서 수행되는 문제의 발견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한 수업방식인데 이제는 거의 모든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수업방식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대학교육 현장에 홍수처럼 도입됐다. 대학교육의 중심이 교수에서 학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학생이 자신에게 필요한 수업프로그램을 짜고 이끌어가는 가운데 교수는 단지 도와주고 안내하는 코치로 변하고 있다. 교수와 코치의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

교수는 연구하고 가르치는 주체이지만 코치는 피교육자가 높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개별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이다.

문제는 이 같은 대학교육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교육의 품질향상에 장애가 되는 것은 여전히 교수들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플립러닝과 같은 학습은 코치의 철저한 사전 개입이 요구된다. 교수가 학생의 예습에 개입해 철저한 도움을 주어야만 학생이 올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사전학습에 교수가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학생들이 제대로 된 원리를 익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론의 현장 적용을 위한 토론이나 응용수업이 학생들만의 공허한 토론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학생들은 교수로부터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으로부터 배운다고 불만이 높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첫 번째 이유는 여전히 우리나라 대학 강의실에는 교수가 감당해야 할 학생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교수들이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교수들의 낡은 권위주의적 사고방식 때문이다.

실제로 교수들은 자기가 아는 것만 가르치고, 또 가르치고 싶은 것만 가르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그래서 내용이 어려운 교과서들이 팔리지 않는다.

물론 학생들도 그 비싼 교재를 사지 않아도 되니 환영이다.

이런 현상은 선진국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일본에서도 대학이 대학생들의 놀이터 정도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대학교육이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교수들이 과거의 관행과 태도를 버리고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방식대로 거듭나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대학생들은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지식을 사는데 헛돈과 시간만 허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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