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순

저자로부터 직접 책을 선물 받았다. 날개 없이도 하늘을 높이 나는 독수리라는 부제를 단, 두 팔 없는 서예가 허즈강의 일대기를 쓴 책이다. 68년생이니 우리나이로 만 40인 그의 얘기는 도무지 믿을만한 것이 못 되었다. 책에 첨가된 그의 사진이 없었더라면 홍길동전에 나오는 기인 정도로 취급할만 한 그런 이력을 갖고 있었다.
심한 장난꾸러기였던 허즈강이 전봇대에 올랐다가 감전 사고를 당한 것은 11살 어린나이였다. 목숨을 얻긴 했지만 결국은 두 팔을 절단해야했고 수술 후의 통증과 일상생활의 어려움으로 허즈강은 좌절했었다. 그러나 지극한 간호를 하는 어머니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식 노릇을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팔이 없다는 것 때문에 운명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혹독하게 재활 훈련을 시킨 아버지는 허즈강에게 있어서 최고의 스승이고 조련사였다. 그는 두 팔 없는 구서화가로 중국 당대 최정상급 서예가의 반열에 올라 있다. 그리고 장애자 운동대회에서 26개의 금메달을 포함하여 32개의 메달을 획득한 사람이기도 하다.
중국의 10대 걸출 청년, 신지식인으로 존경받는 그의 투혼을 보며 전설적인 인물 징기스칸이 생각나는 것도 무리가 아니리라. '자기 스스로 자기를 구하고 자기 스스로 자기를 해방시켜야 한다.'는 말로 허즈강의 입에 붓을 물린 아버지는 끊임없이 연습하도록 독려했고허즈강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뿐이라 여기고 나날이 발전하는 실력을 아버지께 보여 주었다.
파리가 달려들어도 파리 한 마리 쫓을 수 없는 자신의 신체를 원망하지 않고 다리를 튼튼히 하기 위해 달리기 연습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걷거나 뛸 때에 팔로 균형을 잡아야한다는 것을 그는 팔이 없어진 다음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고 한다.
수십 번 넘어지기를 반복하며 달리기를 하며 불구의 심적 고통을 잊고자 했다. 혀를 이용하여 홀로 음식을 먹는 것을 연습하고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밥도 지었다. 용변 볼 때에 팔 없이 바지를 입고 벗는 방법, 그리고 용변 처리하는 방법 등을 모두 자신이 고안하여 행하였고 정상인처럼 능숙하게 밥도 짓고 빨래도 하였다. 사진에는 그가 입으로 붓글씨를 쓰는 모습, 그리고 두 발로 빨래를 하는 모습, 입으로 탁구를 치는 모습, 그리고 수영을 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 턱으로 핸들을 작동하여 비포장도로에서 삼륜차를 운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전에 끝이 없고 인간 능력에 한계가 없음을 절감한다.
'아침 여섯시에 큰비가 내렸다. 오늘 아침에도 뛰어야 하나? 나는 머뭇거리다가 끝내 빗속으로 뛰어 들었다. 비는 비대로 내리고 나는 나대로 뛰면 되니까' 허즈강의 일기에 쓰여진 말이다. 그의 정신세계가 엿보인다.
건강 때문에 시작한 운동에도 꾀가 날 때가 있다. 눈이 소복하게 쌓인 날 새벽길에 미끄러질까봐 안 나가고 싶고 밤늦게까지 작업하고 나면 잠이 부족해 하루 일과가 피곤할까봐 주저한다. 자기 합리화를 위한 핑계거리를 만들어 요리조리 몸 편한 방법만을 택하려는 나는 허즈강에게 뒤통수를 맞은 듯 아뜩하다.
반가운 이를 만나 악수하고 수줍은 손을 내밀어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할 수 있는 내 손이 저리게 고맙다. 연말 바쁜 발걸음에 두 팔 휘휘 저어가며 궂은 날 마다하지 않고 다니리라.
열한 살 어린나이에 찾아온 불행을 딛고 정신력의 한계를 높여준 허즈강으로부터 나는 큰 선물을 받았다. 때때로 무너지고 싶은 내 의지에 든든한 목발하나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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