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국가기록원 '대한민국 인구정책 어제와 오늘'에 가보면 그 시대의 인구정책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표어들을 볼 수 있다.
 
10년 단위로 대표적인 것들을 나열해 보면, 1950년대에는 '3남 2녀로 5명은 낳아야죠', 1960년대에는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1970년대에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80년대에는 '축복 속에 자녀 하나 사랑으로 튼튼하게', 1990년대에는 '아들바람 부모세대 짝꿍 없는 우리세대', 2000년대에는 '하나는 외롭습니다. 자녀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동생입니다', 2010년대에는 '가가호호 아이둘셋 하하호호 희망한국' 등이다. 표어 하나하나에서 당시 정부의 인구정책에 대한 절실함을 엿볼 수 있다.
 
해방 당시, 남한의 인구는 약 1600만 명 정도였으나 이후 연 3%의 인구 급증으로 1955년에 이르러서는 출생아 수가 폭증하는 베이비 붐 현상이 극에 달했다. 하지만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는 강력한 인구 억제 정책으로 출산율은 급격히 감소했고 덕분에 1990년의 인구증가율은 0.99%로 선진국의 인구증가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출산율이 예상보다 너무 감소하면서 1990년 전후부터는 적극적인 출산 억제정책을 완화해 출산율이 증가했지만 그때 뿐이었다.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로 출산율은 다시 1.5명 미만으로 낮아졌다. 2000년에 합계출산율이 1.47명이던 것이 2015년 현재 1.25명으로 세계 224개 나라 중 220위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예측 전문기관인 덴트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한국은 2018년 이후 인구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마지막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 후 수십 년간 소비 흐름의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적극적인 이민자 수용, 정년을 늦추어 생산인구를 유지, 양적완화 정책을 통한 재정적 부양책 등이 소개된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출산율을 끌어 올리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며칠 전 정부는 13만5000채의 임대주택을 신혼부부들에게 공급하고 또 임금피크제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5년간 37만 개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로 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저출산 대책의 무게중심을 양육 지원에서 청년층 일자리 늘리기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주택 지원으로 옮기기로 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하는데, 국내 여성 중 25세 미만에 결혼한 사람은 평균 2.03명의 아이를 낳고 있지만 35세 이상에 결혼한 사람은 평균 0.84명의 아이만 낳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의 전환이라고 한다.
 
질 낮은 주택과 일자리 제공으로 청년층의 출산 의지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인구증가 대책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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