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나가 충청대 교수]11월23일 일본 야스쿠니신사에서 한국인 청년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발사건이 발생했고 이에 격분한 일본 우익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그로부터 20일 지난 12월 12일, 이번에는 주일본 요코하마총영사관에 사람의 배설물로 보이는 물체가 든 상자를 투척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거기엔 한국인을 '姦酷塵(간사하고 독한 흙먼지)'로 비하하는 문구가 써져 있었다.

또 시작인가? 잊을 때쯤만 되면 또 다시 반복되는 한일 양국 간의 대립과 증오. 정말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다.

야스쿠니신사는 명치유신 이후의 순국자들을 제신(祭神)으로 봉안하는 종교시설이다. 도죠 히데키를 비롯해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다고 한국, 중국 등 피해 국가들로부터 맹렬한 비난을 받고 있는데 일본인들에게는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호국영령들을 모시는 매우 신성한 곳이다.

한편으로 영사관이라는 곳은 해외에 거주하는 자국민의 보호와 외교업무를 담당하는 공관으로서 국가의 권위와 우호친선의 정신을 상징하는 기관이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 이 두 시설을 무대로 일어난 사건을 계기로 한일 간에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고 또 다시 불신과 갈등의 암운이 드리워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2012년 말에서 13년 초에 걸쳐서 한국과 일본에서 거의 동시에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그 뒤로 지금까지 양국은 내내 첨예한 대립을 되풀이해왔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평화헌법의 개정과 집단적자위권 획득, 즉 사실상의 재무장을 줄기차게 추진하면서 한국을 자극했고, 박근혜 대통령 역시 종군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면서 두 정상이 취임 이래 2년 반 넘게 국가 간의 공식 대회채널이 끊기는 사상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그 동안 한일 관계는 정치, 외교는 말할 것도 없고 경제, 문화에 이르는 모든 방면에서 교류가 끊기거나 둔화되는 등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됐다가 11월 3일, 서울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겨우 안도의 숨을 쉬려는 찰나에 이번 사건이 터진 것이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생물학적으로 매우 가까운 관계라는 사실은 이미 증명된 지 오래고, 같은 계열의 언어(우랄아르타이어족)를 사용하고, 중국문명의 변두리에서 수천 년 동안 함께 변방의 오랑캐 신세를 겪어온 때문이지 놀라운 정도로 서로 닮아 있다.

그 뿐인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같은 핵심적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지 않은가?

국민의 총의에 의해 선출되는 국가원수는 국민적 정서를 대표하는 동시에 온 국민의 지혜와 이성을 대변하는 책무를 맡는다.

이대로 가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공멸의 길뿐이다. 언제까지 국민의 애국심을 담보로 지긋지긋한 20세기적 구태정치를 이어갈 것인가? 국정의 총책임자로서 신속하게 이번 사태를 수습하고, 꽉 막힌 양국 관계를 타개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발상전환과 각고의 노력을 두 정상에게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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