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석원 영동대학 바이오지역혁신센터 산학협력 전담교수ㆍ농학박사

한국 축구가 국제 대회에서 패배할 때마다 언론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것은 단연 천연잔디구장이다.
어려서부터 맨땅에서 운동해 온 선수들이 질 좋은 천연 잔디 축구장에 잘 적응하지 못해서 졌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제로 맨땅에서 운동해 온 선수들의 근육이 천연잔디구장에서 형성된 그것과 다르다니 그러한 분석은 어쩌면 과학적으로도 타당한 사실인 듯하다. 이유야 많겠지만 경기력이 단기간에 향상될 수는 없는 일. 중요한 경기에서 우리나라 팀이 부진하거나 패배하면 실망한 축구 팬들과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는다.
잊을 만하면 실망시키는(?) 축구 대표팀 때문인지, 히딩크의 마법 덕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국가 경제력이 성장하고 월드컵을 치르면서 우리나라 축구 인프라도 크게 향상되었다. 어느새 또 다른 대안인 유소년 축구가 활성화 되었고 웬만한 축구경기도 맨땅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러한 흐름에 편승해서일까?
마침 정부에서는 수천억의 예산을 들여 초·중·고 운동장의 맨땅을 대체하는 학교운동장 개선사업이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고무 소재로 만든 인조잔디가 설치의 편의성, 상시 이용의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많은 학교에서 채택되고 있는 모양이다.
얼마 전 한 중학교를 방문했을 때 학교 내에 있는 파란 운동장은 사실 인상적이었다. 인조잔디였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처음 봤던 인조잔디는 보기와 다르게 미끄럽고 딱딱했다.
달리거나 격한 운동을 하면 화상 내지는 부상을 당할 수 있겠다 싶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인조 잔디에 이용되는 고무와 플라스틱 물질들이 빛에너지를 흡수하여 엄청난 고온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조 잔디 표면온도가 모래, 아스팔트보다 최고 20도 높고 쳔연 잔디보다 무려 35도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하니 말이다. 인조 잔디는 충전재로부터 나오는 유출수와 용탈되는 화학물질 때문에 야기되는 환경 유해논란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내구연한으로 인한 추가 비용과 폐기물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필자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가장 부러웠던 것 중 하나가 어느 곳에서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천연잔디 운동장이었다. 주 중이나 주말에 동네 천연잔디에서 남·녀학생들이 벌이는 축구와 야구 리그는 경기력 못지않게 미국의 건강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단국대 최준수 교수는 서울 시내 학교운동장에 천연잔디를 깔았을 경우 연간 4만8000~12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고, 이는 승용차 수만 대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맞먹는 분량이라고 한다. 게다가 그는 같은 면적의 천연잔디가 90㎡ 실내용 에어컨 32만대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그러면 설치 비용은 어떨까? 이 또한 천연잔디가 인조잔디보다 더 저렴한 편이다. 교육부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인조 잔디는 1㎡당 조성비용이 50000~60000원인 반면, 천연 잔디는 이보다 최소 1만원 가량 더 싼 것으로 되어 있다.
서울대 김기선 교수도 천연 잔디가 빗물을 흡수해 지하수를 저장하는 역할과 함께, 도시에서 문제되는 미세먼지나 대기오염물질도 크게 줄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게다가 천연 잔디는 각종 미생물과 곤충, 새 같은 생태계 먹이사슬이 유지되는 터전을 제공해 아이들에게 미칠 교육적 효과는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필자의 지식과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천연 잔디의 관리는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학교 운동장은 골프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100여개의 학교 운동장이 인조 잔디로 깔려 있지만, 수천억원이 더 투자되는 학교운동장 개선사업은 효율로만 적용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지 싶다. 마침 서울 홍익여고에서는 천연 잔디 조성 시범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향후 천연 잔디 운동장이 확대 적용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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