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준 청주대 교수

[정창준 청주대 교수] 텔레비전 영상에 노출되는 폭력성에 관한 연구는 미국을 중심으로 텔레비전의 보급이 일반 대중들에게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학계뿐만 아니라 여러 여론 지도층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가장 활발한 연구주제로 등장한다.

1960년대부터 70~80년대를 거치는 과정까지도 뜨거운 연구과제로 다뤄지는데, 연구결과는 긍정과 부정적인 측면으로 단순화시키자면 대체로 부정적인 측면이 앞서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을 주장하는 연구결과는 주로 프로이트의 카타르시스 이론에 바탕을 둔, 소위 정화이론으로써 인간의 본능적인 폭력성 욕구를 텔레비전 영상을 통해 대리만족과 현실도피 기능을 거쳐 공격적인 행동 가능성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공격적 에너지까지 감소시켜서 개인의 일탈적 행위의 감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는 최근에 국내 케이블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되는 격투기 경기를 두고 이를 옹호하는 시청자 또는 관련자들은 정화기능 이외 자신감 등 정신적 효능감을 주장하기도 한다.

어제 방송된 스포츠맨 추성훈의 격투기 경기 장면은 실제 그 가족들이 경기장에 참여해 지켜보는 것을 보여주는데, 그동안 가족애라는 컨셉하에 가족 구성원간에 오가는 따뜻한 이야기를 그려와서 매우 탄탄한 고정팬까지 확보하며 인기를 끌어 왔다. 꽤 장시간을 비춰주는 이 격투기 혈투장면은 그동안 다져온 프로그램의 이미지와 동떨어진 매우 이질적이고 불편한 것으로 인지부조화로 이끄는 내용이었다.

점점 세월이 갈수록 스포츠 경기 본래 정신이 옅어지고 과격하며 공격적인 새로운 퓨전 스포츠 경기가 자리를 잡는데, 이제는 안방의 텔레비전까지 자연스럽게 진출해 있는 것이 오늘의 풍경이다. 자본에 예속되어 가는 스포츠 경기는 한때 인기리에 방송 중계된 한국의 민속씨름도 밀쳐 버리고 좀 더 격렬하고 다이네믹한 게임들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어린이와 아빠의 일상 스토리를 다루는 영상과 격투기 게임 장면은 서로 성격이 매운 다른 것으로 이야기 구성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 편집하지 않은 것은 대하기에 매우 불편하다. 도처에서 점점 강도가 높아지기만 하는 이러한 경직된 현상들에 대해 브레이크를 자주 밟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폭력성에 대한 대리적 만족에서 오는 정화효과는 근거도 약하고 허구일 수 있으며 오히려 공격적 에너지의 증가로 공격성은 줄지 않고 더 강해진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에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이슬람계 테러 집단들에 대한 전세계적인 아니 전지구적인 비난과 저주는 지금까지 보여준 저들의 악랄한 비인간적 테러 행위에 비하면 매일 엄청난 폭탄을 안겨주어도 속이 시원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그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민간인 피해의 원인도 짚어 주어야 할 대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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