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주 선문대 교수] 37분에 한 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10년이 넘도록 OECD 회원국 최대의 자살률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한국의 현주소다. 10대 청소년의 자살율과 특히 70대는 10만 명 당 91.7명, 80대 이상은 138.1명으로 노인 자살률은 상상을 초월한다. 보릿고개 시절에는 잘 먹고 잘 사는 그래서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이 삶의 궁극이었지만, 그 산업화를 이룩한 세대가 가고 있는 길은 더 이상 경제적 효용성이 없는 가치없는 존재로의 전락이 가져오는 자괴감과 극단적 선택을 종용하는 사회의 암묵적 강요가 만들어 낸 비극인지도 모른다.
김영삼 정부시절 국제화와 세계화의 정의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던 시기가 있었다. 10여 년 전부터 한국의 선진화를 외치고 있지만 진정한 선진화에 대한 국민적 함의조차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국가가 종용하는 선진화와 국민 개인의 삶이 존중받는 선진화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통계자료가 발표됐다. OECD BLI(Better Life Index)에서 한국은 물질적 삶의 조건은 36개국 중 20위, 삶의 질 차원은 29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다. 설문 가운데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진척이나 친구가 있는가'라는 공동체항목은 72%만 그렇다고 답해 작년 34위에 이어 최하위인 36위로 전락했다. 일과 삶의 균형은 33위로 2012년 이후 최하위를 맴돌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일까? 지나치게 타인의 평판에 신경을 쓴 것? 아이들에게 좀 더 관심을 주지 못한 것? 주변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 친구의 장례식에 가보지 못한 것?
물질적 평가는 한국보다 뒤지지만 행복지수는 높은 곳이 많다. 삶의 질은 결코 물질에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 꽃이 되었다'는 한 시인의 말처럼, 의미있는 삶을 만들고 행복을 느끼는 것은 각자의 생각의 몫이다. 한국사회가 헬조선에서 벗어나려면 타인과의 긍정적인 관계를 통한 의미있는 삶을 향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연한 기회에 '인턴'이라는 영화를 봤다. 필자를 포함한 5060세대가 어쩌면 미래사회를 7포 세대로 만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70이 넘은 시니어인턴을 통해 2030세대와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나눌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행복의 잣대는 십인십색이어도 좋다. 외롭게 빨리 가려하지 말고 멀리 함께 가고자 하는 병신년(丙申年)이면 좋겠다.
- 기자명 충청일보
- 입력 2015.12.2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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