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충석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충북도회 사무처장] 필자는 하루 중 저녁해질 무렵을 제일 좋아한다. 아침의 영롱한 햇살도 상큼하고 한낮의 따스한 햇볕도 고맙지만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저녁 해거름이 좋다.

봄이면 온 산을 붉게 물들인 진달래꽃을 비추던 저녁 햇살이 생각나고, 여름날 붉은 노을을 등지고 시골길을 따라 소를 몰고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그립고, 가을이면 빨간 홍시 감을 더욱 붉게 비추던 저녁 햇살이 보고 싶고, 추운 겨울날 썰매를 타다 물에 빠져 꽁꽁 언 발을 동동거리며 동네 어귀에서 바라보던 초가지붕 위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하얀 저녁연기가 가슴을 저리게 한다.

(피안(彼岸)의 세계)

책에서 본 어느 동물학자의 이야기다. 어느 날 지은이가 아프리카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서쪽 평원으로 넘어가는 석양(夕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숲속에서 홀연히 파파야 꾸러미를 들고 침팬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리고 침팬지는 슬그머니 파파야를 내려놓더니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저녁노을을 한 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해가 완전히 지평선(地平線)으로 사라지자, 땅에 내려놓은 파파야도 까맣게 잊은 채 터덜터덜 숲속으로 돌아가더란다.

그리고 지은이는'침팬지도 감정이 있는 건가. 그 순간에는 침팬지도 생명 유지에 필요한 먹을 것 이상의 그 무언가를 찾고 있던 것일까. 침팬지의 삶에도 까마득한 저 영원(永遠)의 바깥으로 이어지는 피안(彼岸)의 세계가 존재 하는가'라는 숙제를 제시한다.

(세밑의 아름다운 마무리)

항상 바쁘게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생활이지만 요즈음도 눈에 보이는 사물들의 윤곽이 아스라해지기 시작하는 저녁해질 무렵이면 왠지 모르게 마음도 절로 차분해진다. 감성이 풍부하고 툭하면 우수에 젖기를 좋아하는 필자의 성향인가 했더니 주변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저녁해질 무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뜻밖에도 많다. 시간을 내어 가까운 뒷동산에 오르거나 한적한 시냇가에 서서 저녁노을을 바라보면 어떨까. 석양을 바라보며 숙연함을 느끼는 것은 우리인간 모두의 보편적인 감성이 아닐까.

올 한해도 이제 고작 일주일 여를 남겨두고 있다. 하루에 비교하면 늦은 저녁 무렵에 해당한다. 2015년 한해의 끝자락에서 새해 아침에 꿈꾸었던 모든 일들이 알차게 결실을 이루어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시기를 바라며, 대망의 2016 병신년(丙申年) 새해에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빌며 또한 소망하시는 일들이 모두 성취되시길 두 손 모아 기원(祈願)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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