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천정훈·서한솔 기자]요즘 옷을 직접 만들어 입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듭니다.손수 바느질과 재봉틀로 한땀 한땀 떠내려갈 때...그 옷의 가치는 명품 브랜드 못지않습니다. 이번 카드뉴스는 아날로그 감성에 푹 빠진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청주의 한 봉제교실입니다. 주부들이 모여 천과 바느질도구를 꺼내 듭니다. 정성을 들여 한땀 한땀 실을 꿰어 갑니다. 진지하면서도 편안한 표정들이 엿보입니다.

금천동 봉제교실은 지난 2007년 개설됐습니다. 이웃 지역민들의 접수도 몰리며 주민문화센터의 장수프로그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봉제교실 회원이 됐을 때, 큰 회사에 합격한 것처럼 정말 기뻤어요. 나이가 들면서 살도 쪄서 옷 사러 나가면 맞는 옷이 없었는데, 이곳에서 제가 직접 만들어 입으니까 저도 즐겁고 다른 사람들이 정말 부러워해요. 남편 츄리닝도 직접 만들어주죠. 세탁소 갈일도 없어요. 봉제교실 가는 날이 정말 기다려져요." 황종례(57·율량동)

평범하고 못쓰던 천조각들도 주부들의 손끝에서는 특별하게 탈바꿈합니다. 직접 만든 코트, 가방 등이 하나둘 모여 교실은 어느새 패션쇼의 장이 되었습니다.

"4년 동안 봉제교실을 다니고 있어요. 덕분에 15년 전에 샀던 재봉틀도 다시 꺼내게 되었지요. 꾸준히 다닐 수 있었던 비결이요? 아무래도 회원들이 같은 주부이다 보니까 끈끈한 정과 공감대가 원동력이 되죠." 이희준(44·금천동)

"옷이 한 벌씩 완성될 때마다 희열도 느끼고 자존감도 생겨요. 제가 대단한 존재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고은주(49·용암동)


봉제사랑은 기부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직접 제작한 수면바지와 앞치마를 프리마켓에서 판매한 수익금 100만원을 지난 16일 민관복지협의체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편하게 옷 사면 돼지’라고 말하는데, 봉제만의 매력이 있어요. ‘힐링’이라고 하죠. 하나 밖의 없는 나만의 옷도 생기고요." 오옥순(55·봉제교실 강사)

알록달록 천 위에 한땀한땀 실을 떠내려가는 동안 온전히 천과 실에만 집중하게 되고 일상의 고민거리도 훌훌 털어냅니다.바느질 보다는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수선된 옷에 익숙한 요즘. 오늘은 장롱 속 바늘과 실을 꺼내서 봉제의 아날로그 매력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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