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예수님께서 이 땅에 사셨던 시대에 대해 말하는 신약성경의 이야기에 보면 세리라는 직업의 사람들이 나온다. 당시 세리는 로마 당국의 허락 하에 같은 동족인 유대인들로부터 세금을 걷었던 사람들이었다.

이 세리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정서는 상당히 좋지 않았다. 같은 민족이 자신들을 지배하고 있는 정복자들의 편에 서서 세금을 걷었으니 유대인들에게 이 세리들이 얼마나 큰 미움을 받았는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예수님의 생애에 대해 말하는 신약성경의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께서 마태라고 하는 세리를 그분의 제자로 부르시는 장면이 등장한다. "나를 따르라." 생각해보면 예수님의 부름을 들은 세리 마태는 그 순간 참으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사실 세리라는 직업이 동족들에게 미움을 받는 직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은 그 자리가 그만큼 큰 이득이 있는 자리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세리는 정당하게 정해진 세금을 걷기도 하지만 때로는 부정하게 자기의 욕심을 채우는 일들도 있었고 로마 당국도 이를 묵인하고 있었다.

아마 마태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성경은 그가 어떤 이유 때문에 세리가 되었는지에 관해서 말하고 있지 않지만 당시 상황을 종합해 보면 마태 역시 쉽게 세리의 자리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렇게 큰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고, 사람들의 미움을 받으면서도 지켜왔던 자리이니 여느 사람이라면 "나를 따라 오너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마태는 과거 자신의 선택을 뒤엎는 큰 결정을 내린다. 세리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자기를 부르신 예수님을 따르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이 결정 이후 마태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사람들의 비난을 받는 세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며 따르는 예수님의 가장 가까운 제자 중 한 사람이 된 것이다. 물론 주변의 사람들은 그가 예수님을 따를 자격이 없다며 비난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예수님을 따르기로 결정한 마태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세리로 살았더라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 했을 그의 이름은 오늘날까지 성경의 '마태복음'을 통해 온 세상에 전해지고 있다.

2015년이 저물고 2016년이 시작된다. 새해가 시작되면 흔하게 듣는 말 중에 하나가 바로 '작심삼일'이다. 새해에는 무엇인가 크고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자 하지만 얼마가지 못하곤 한다. 아마 이번 새해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작심한 것이 흔들릴 때, 바로 그 순간 우리는 마태의 결심을 기억해 보면 어떨까?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무엇인가가 아니다. 단지 굳은 결심 하나면 충분하다. 모든 것을 뛰어 넘는 굳은 결단은 그 순간부터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꿀 만큼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다가오는 2016년 새해는 이러한 결단으로 시작하는 해가 되길 소망한다. 세월이 흘러 먼 훗날, 바로 이 시간을 통해 내 인생이 달라졌다고 고백하고 회상할 수 있으면 행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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