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원숭이의 해'인 병신년(丙申年)의 시작과 함께 시민들도 힘차게 떠오른 해처럼 붉고 뜨거운 다짐을 내놓았다.

새해 둘째 날인 2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거나 전화로 인터뷰한 시민들은 다이어트부터 금연, 독서 등 그동안 고민해 온 '병신년 도전 과제'를 공개했다.

많은 사람이 내건 새해 목표의 하나는 '다이어트'였다. 매년 결심하지만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단골 목표'이기도 하다. 바쁜 일상에 불어나는 체중까지 고민해야 했던 이들은 '가벼운 몸과 마음'을 새해 첫 목표로 삼았다.

유럽의 거래처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해 한 주에 한두 번은 밤을 새운다는 5년차 회사원 허종호(31)씨는 갈수록 불어나는 몸무게와 떨어지는 체력이 고민이다.

그는 얼마 전 아찔한 경험을 했다. 새벽에 일하다 깜빡 졸아 유럽 협력사 회의 결과에 대한 보고서의 작성 마감 시간을 지나칠 뻔한 것이다.

허씨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서 두 배는 늘어난 뱃살을 좀 빼서 몸을 가뿐하게 만드는 게 목표인데 무엇보다 술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초에도 비슷한 결심을 했지만 '작심삼일'이었다. 이 때문에 동료들이 비웃고 있지만 올해는 반드시 해내겠다"고 '선언'했다.

직장인 박모(26·여)씨의 새해 다짐도 다이어트다. 야근이 잦다보니 야식도 함께 늘어 2년 전 입사했을 때보다 체중이 12㎏이나 불었다.

그는 첫 출근일인 4일에는 헬스장에 회원등록을 할 생각이다.

박씨는 "작년에도 똑같은 결심을 했지만 '순간의 유혹'을 떨치기가 어려워 옷도 다 새로 샀다"며 올해는 먹는 것도 줄이고 주말엔 열심히 운동해 학생 때 입던 옷을 다시 입고, 남자친구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금연 등 건강관리를 목표로 세운 시민도 많았다.

경기 성남에 사는 안종순(65)씨는 은행원으로 그야말로 '치열한' 인생을 살았지만 대신 당뇨라는 '불청객'을 만났다.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는 안씨의 새해 목표는 의사 지시를 철저히 따르면서 건강관리에 매진하는 것이다. 5살이 된 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픈 바람에서다.

그는 "오래오래 살며 손녀와 아들, 며느리가 계속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면서 "내가 세상에 남기는 게 그것뿐이다. 그게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일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윤주현(33·여)씨는 직장 생활로 쌓인 스트레스를 그동안 담배로 풀었지만 올해는 반드시 금연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윤씨는 "올해 결혼을 앞두고 담배를 끊는 게 첫 번째 목표"라며 "예비 신랑은 이미 끊은 줄 알지만 새해가 밝았으니 들키기 전에 꼭 끊겠다"고 다짐했다.

독서를 하거나 악기를 배우면서 내면을 가꾸겠다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바쁜 회사 일에도 '예술가적 기질'을 가꾸기 위해 노력해온 김미선(30·여)씨는 가끔 소설도 쓰고, SNS에 영화평도 올린다. 그의 새해 도전 과제는 기타처럼 생긴 작은 악기인 '우쿨렐레' 연마다.

김씨는 "남들은 더 생산성 있는 일에 여가를 쓰기도 하지만 나는 늙을 때까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겠다"며 "멋지게 늙으려면 악기 하나 정도는 다뤄야 하지 않겠나"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정숙(52·여)씨는 독서량을 늘리기로 했다. 갈수록 굳어가는 머리를 깨우고 급한 성미도 진정시키기 위해 한 달에 책 한 권씩을 읽기로 했다.

이씨는 "지난해는 금방 판단하고 쉽게 내뱉은 말로 인간관계에서 오해가 빈번했다"며 "차분하게 마음을 식히고 교양도 쌓을 겸 다양한 독서를 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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