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젊은이 5인, 충주에 체험농장 '스페이스 선' 차려

▲ 스페이스 선의 5인방.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지애·엄수정·김덕겸·이왕근·유승완 씨.

[충주=충청일보 이현기자]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얼마나 이기적으로 살아왔는지 보이더라구요. 풀과 나무, 하늘, 공기와 공존하는 삶을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각자 전문 분야에서 일하던 도시 젊은이 다섯이 충북 충주시 소태면 덕은리에 농촌체험농장 '스페이스 선(仙)'을 차렸다.

'사람(人)과 자연(山)의 조화로운 삶을 지향하고 실천하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대표 엄수정 씨(39·여)는 미국 뉴욕에서 연기와 연극치료 등을 공부했고 공동 운영자들도 물리치료 전문가, 컴퓨터 프로그래머, 대안학교 교사, 메이저 영화사 출신 등 화려한 직장 경력을 자랑한다.

바쁜 일상을 살던 이들은 명상 모임에서 만나 '사람과 자연이 서로를 아프게 하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다 귀촌을 결행했다.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 이들은 농사를 지으며 세제와 비누, 샴푸, 화장품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 썼다.

이는 자연스럽게 사업 아이템으로 이어져 지금은 천연제품 제조, 식물에너지를 이용한 치유, 자연농법, 동물체험, 명상 등 차별된 프로그램을 갖췄다.

빗물을 모아 생활용수로 쓰는 빗물 저장 탱크와 생태 화장실, EM(유용미생물) 제품 등도 직접 생산해 사업화했다.

특히 불편하지만 행복한 '촌(村)스러운 하루' 농촌체험 프로그램이 인기다.

체험객들은 텃밭의 채소를 손수 뽑고 부싯돌로 불을 피운 가마솥에 밥을 지으며 빗물로 설거지하고 물 없이 생태 화장실에서 볼일을 해결해야 한다.

여간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 아니지만 체험객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훨씬 긍정적이다.

이런 노력으로 고용노동부 소셜벤처경영대회 글로벌부문 우수상을 받았으며 내년 자유학기제 전면 실시를 앞두고 충주교육지원청 우수 진로 체험처에 선정되기도 했다.

엄 대표는 "시골에서 사니 그동안 나 편하자고 다른 존재를 얼마나 많이 해치면서 살았는지 깨닫게 된다"며 "자연을 몸으로 느끼며 바람직한 삶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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