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광주로 벤치마킹을 위한 출장을 다녀왔다. 고속도로의 대형화물차량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리는 모습이 마치 곡예를 하는 듯 했다.
고속도로 주행은 핸들을 잡은 이래 처음이라서 그런지 대형화물차량들이 살인마 같다는 생각에 불안하기만 하였다. 고속도로의 제왕은 화물트럭들이다. 그들 운전자들은 목적지까지 빨리 도착해서 물건을 하역하고 회전해야 한다. 그래야 한 푼이라도 더 벌수가 있겠지. 그런 그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 차량의 광포한 질주는 엄청난 사고의 위험을 항시 안고 있다. 고속도로 주행에 초보인 나 같은 소형차운전자들은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아찔한 순간을 무수히 경험해야 한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그들의 생존전략이 자칫 대형사고를 부른다면 어찌하랴.
주택가 골목은 온통 주차전쟁이다. 저녁 무렵, 골목은 '주차를 하기 위해' 차를 가지고 있는 것만 같은 사람들로 아우성이다.
일방통행길 한편 주차구역에 차량이 줄지어 서 있고, 주차금지된 다른 반대편에도 주차된 얌체족 차량들이 즐비하다.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주행하는 차량과 보행자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숨이 탁탁 막혀 온다.
퇴근이 좀 늦는 날이면 집 앞에 다다르기전부터 오늘은 몇 바퀴를 돌아야 자리를 잡을지가 걱정이다.
골목길을 모두 자기 차를 위한 공간으로 여긴다. 그러다 보니, 골목은 이제 그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오로지 주차를 위한 주차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남이야 어떻게 되던 말던 내 알 바 아니라는 식이다.
그런 몰염치한 행위가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인가. 욕지거리는 다반사고 멱살잡이에, 끝내는 경찰이 출동하기도 한다. 어처구니 없게도 급기야는 살인까지 저질렀다는 뉴스가 종종 있고 보면, 주차전쟁이란 말이 틀린말은 아닌 것 같다. 언제부터 우리의 인성이 이렇게 망가졌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공공의 골목길이 사유지의 앞마당으로 변해간다. 개똥참외 찜하듯 제 집 앞의 골목은 제 주차장이라는 볼성사나운 어거지 경고를 붉은색 락카 페인트로 덧칠해 놓기도 한다. 그것도 모자라 큼직한 갈짓자의 상스런 낙서를 서슴없이 하기도 한다.
남은 주차금지이고 저는 주차허용이라니, 그런 몰상식이 어디 있으며 그런 놀부심보가 어디 있으랴.
진정 우리에게 자동차 문화라는 것이 있는가. 모두들 왜 그렇게 여유가 없고 이해가 부족한지 모를 일이다.
한 발자국씩만 물러서서 생각해 보면 얼마나 다정다감한 우리들인가. 크게는 배달민족이요, 작게는 사돈의 팔촌이고 이웃 사촌들이다. 무슨무슨 절(節)이다 하면 떡을, 팥죽을 해 돌려 먹으며 정담을 나누던 것이 우리 본래의 미풍양속이 아니던가.
그러던 것이 점점 자유방임주의와 이기주의에 오염되어 급기야는 나 이외에는 모두가 남이고 적이라는 등식에 빠져버려 우리들 스스로 선량한 사회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잃어 버린 우리 본연의 '심성(心性)과 미풍(美風)'이 바로 설 때 몰양심한 자동차 문화는 비로소 도덕의 섬돌 위에 반듯이 놓이리라, 나 자신의 옹졸함과 참을성 없음부터 꾸짖어 본다.
이젠 정말 여유롭고 품위 있는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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