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열화당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한국의 척추인 청년들을 암담하게 만든 2015년의 단어 중 하나는 '수저계급론'이다. 이것은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수저계급론은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풍족하게 살아가는 것을 빗댄 영국 속담 'Born with Silver Spoon in His Mouth(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다)'에 근거한 것이다. 프랑스에도 같은 말이 있다. 유럽에서 은수저는 부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21세기 한국에는 은수저 위에 금수저가 있고 그 아래에 동수저와 흙수저가 있다. 최근에는 금수저보다 더 누리고 산다는 프래티넘(백금)수저, 다이아몬드 수저가 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희망이 있어 살 만했던 한국이 어느새 현대판 '음서제'가 판치는 사회로 둔갑했다. 부와 지위가 대물림된다는 이 냉혹한 현실은 직업군을 가리지 않는다. 때문에  젊은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감당하기 힘든 경지에 이르렀다. 삼포도 모자라 육포, 칠포라는 자조적 말까지 나온다. 온통 포기해야 할 것들과 전쟁 중인 청춘들은 희망 대신 절망을 짊어지고 하루하루 힘겹게 살고 있다. 건국대 최필선 교수가 발표한 '한국의 세대 간 사회계층 이동성에 관한 연구'가 수저계급론을 더 설득력 있게 만든다.
 
부모의 교육과 소득 수준 차이가 자녀들의 취업 뒤 임금 격차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 연구의 요지다. 취업 이전 고교, 대학 진학에서부터 그 차이가 확연하다. 중3 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10년 간 조사한 결과,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고교 진학의 유형부터 달라졌다.
 
소득 최상위 계층의 자녀들은 일반고와 특목고 진학률이 높았고 최하위의 경우는 실업계고로의 진학률이 놓았다. 부모의 소득이 낮을수록 대학 진학보다는 실업계고 진학을 통해 노동시장으로 바로 진출하는 경향이 강했다. 또 부모의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의 고등학교 성적이 높았는데, 이는 고학력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도 투자를 많이 한다는 뜻이다.
 
가구 소득과 4년제 대학진학률의 비례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계층의 차이가 자녀 교육에 대한 투자와 성과에 차이를 가져 오며, 그 결과 사회계층이 세습화될 가능성이 커져 자수성가할 확률이 점차 낮아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이 현실 앞에서,
 
내가 바꿀 수 없는 계급론 타령만 한다고 뭐가 달라지는가. 차라리 그것을 넘어서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그것을 이기는 길이다. 주위를 둘러보고 롤모델 삼을 만한 사람을 찾아보자. 이 혼돈의 와중에도 자신의 의지로 꿋꿋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있다. 그를 나의 멘토로 삼자. 그러나 그 어디엔가 있을 그가 내 주위에는 없을 수 있다. 그러면 나 자신이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고 그의 멘토가 되도록 노력해 보자. 나를 안내해줄 등대가 없다면 내가 누군가의 등대가 돼주자. 이것을 2016년의 목표로 삼으면 나부터 계급론 따위에 흔들리지 않게 될 것이다. 젊은이들이여!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임을 한순간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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