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사람이 밥, 국 따위의 음식을 떠먹는 기구를 '숟가락'이라고 한다. 숟가락(Spoon)'의 어원은 영어의 고어인 'Spon'에서 나왔으며 그 의미는'나무토막'이다.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기 위해 사용했던 나무토막이 쇠수저, 동수저, 은수저, 금수저 등으로 만들어 사용되면서 영어 숙어인 'born with silver spoon in mouth'는 '특권이 있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한 대학생이 자살하면서 그의 생존을 결정한 것은 자신의 수저 색깔이라는 유서를 남겼다. 이른바 수저 색깔론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부모의 부가 청년들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수저 계급사회'에 대한 논리에 적당히 수긍하면서도 그래서 어찌하겠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며칠 전 특별한 모임을 했다. 한국장학재단에서 실시하는 멘토링에서 만난 학생들은 평범한 지방 대학생들이었다.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에 입사해 해외 파견 근무를 하던 학생이 휴가차 귀국한 후 함께 멘토링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모아 모임을 주선했다. 면사무소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삼성그룹 직원 등 나름대로 좋은 직장에 취업한 이들을 만나면서 반갑고 행복했다. 오리무중 같았던 자신의 미래를 위해 얼마나 애쓰고 힘들어했는지 알기에 함께 취업준비를 도왔던 필자로서는 그들이 정말 대견했다. 성공할 운명을 타고났고, 사회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은수저'를 물고 나왔다고 한다면 필자가 만난 대학생들은 '은수저'와 같은 위치에 오르기까지 매우 낮은 가능성에 맞서 싸워야 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도전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고, 현재의 직장에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큰 만족과 감사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대부분 성공한 사업가를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역경 덕분에 성공했다는 믿음을 가진 이들이 많다. 그들 이력서의 경력은 마치 수많은 천 조각을 붙여 만든 누비이불처럼 연관 없이 다양하기도 하고, 학업성적이 부진하기도 했으며,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은수저를 물고 나왔다거나 명문대를 나온 사람 중에는 자기가 하기에는 하찮은 일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신입사원으로서 경험해야 할 여러 업무 중 성장을 위한 잠깐의 육체노동을 하거나 단순·반복적인 일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사표를 내기도 한다. 그래서 한 중소기업의 CEO는 '열과'를 찾으라고 한다. 명문대가 아니어도, 조금 경력이 부족해도, 기업에 대한 감사와 열정으로 자신의 가능성에 투자하려는 사람, 과거에 갇혀있지 않고 미래에 집중하려는 과소평가된 사람을 선택하라고 한다.

우리 집에서 수십 년 동안 사용해 온 놋수저를 금수저처럼 닦아내면서 필자 또한 가난으로 진로가 좌절됐던 역경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자부심으로 여긴다.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일은 그 수저가 어떻든 간에 목숨처럼 귀한 것이다. 그러니 수저 색깔론보다 역경지수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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