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수 손해사정사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은 도박공화국에 빠진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꽉 눌린 편육처럼 살아가는 도시인의 탈출구가 없는 인생을 그렸다.
탈출구없는 도시의 삶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도박에 빠진것과 마찬가지다.
몇 년전 대한민국을 도박에 빠지게 한 '바다이야기'처럼 최근에도 인기연예인, 프로야구선수들의 도박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유명인 뿐만 아니라 1년급여를 몽땅 로또를 사거나 도박에 올인하는 셀러리맨의 기사까지 나오고있다.
우물에 빠진 돼지가 많아질수록 그 사회는 병든 문화를 지니게 된다.
이 우물을 맑게 되돌려 놓는 것이 병든 문화를 회복하는 길이다.
사람들은 도박을 좋아한다. 아니 좀더 엄밀히 말하자면 돈을 좋아한다.
자본주의를 그 경제체제로 삼는 대한민국에서 돈의 가치는 그 무엇보다 우선한다.
자본이 주의(主義)가 될 수 있다는 것에서 사람이 소외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어떤 신문의 사설을 보았는데 필자도 많이 공감하였다.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함에도 돈이 중심이 되고 그것이 진실이며 가치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돈이면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고 돈이면 안되는 것이 없다는 잘못된 인식들로 가득한 한국사회에서 돈은 곧 목숨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돈을 버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
하루종일 일해도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두 다리 뻗고 누울 내 집 장만에 아이들 교육문제까지 신경 쓰다보면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돈이 필요한 곳은 많은데 수입은 적고, 쉽게 벌고 싶은데 하는 일은 힘들다. 거기에 최근의 경제상황은 거리로 내몰리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일 정도로 최악으로 치닫고 특히, 지방경제는 고사상태나 다름이 없다고한다.
이럴때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환상에 빠지는데 대한민국엔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박의 꿈, 로또가 있고 돈이나 다름없는 상품권을 밷어냈던 바다이야기의 유혹이 있었다.
우리사회에 도박중독이 만연된 것은 노력이 아니라 '운'을 통해 기대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돈을 버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다들 안다.
월급쟁이가 얼마나 적금을 부어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한지 쉽게 계산이 된다.
너무 뻔하니까 낙이 없다. 월급쟁이를 벗어나려면 돈이 두둑해야하는데, 꿈에도 그리던 돈벼락을 맞을 일은 흔치않다. 그러니까 로또에 목을 메고 바다이야기등 게임에 빠진다. 돼지꿈 꾸기만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현재는 너무 기다리다가 도박에 빠진 격이다. 우리는 게임이나 도박이 주는, 일하지 않고서도 쉽게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과 그 쾌감에 익숙해져 있다.
잃고 있는 것에 대한 감각은 무뎌진 채 말이다. 우물 속에는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쳐지고 바람이 불고 돼지가 있다. 우물에 빠진 돼지를 보고 나서 모두들 안타까운 혀를 찬다.
'운'이 너무 나빴다는 것이다. 그러나 '운'이 좋은 사람은 따로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물은 창백한 낯빛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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