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前 청주시농업기술센터소장]필자가 40대 중반 때 일이다. 그때 한 달에 한번 '남자가 밥하는 날'로 정하고 아들과 함께 저녁밥을 짓곤 하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 약밥을 한다며 아들과 인터넷을 뒤져 냄비에 잡곡과 은행, 대추 등을 넣고 밥을 짓다가 3층 밥을 만들고 말았다.

결국 아내의 힘을 빌어 밥을 해먹던 추억도 생각나곤 한다. 그렇게 밥을 태우고 3층 밥을 하고 김치찌개를 짜게 끊이고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순간이 정말 행복했다. 아들과 둘이 연실 웃으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던 그 순간과 맛과는 상관없이 함께 만든 밥을 맛있게 먹던 그 순간이 우리 가족 모두가 행복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사회에는 집 밥이 가장 강력한 트렌드로 우리사회를 점령하고 있다. 몇 해 전 어느 방송사에서 '집 밥의 여왕' 이라는 프로가 인기를 끌더니 이후 TV프로그램의 예능과 교양시간은 거의 음식을 만들고 서로 겨루고 요리법을 보여주는 것으로 메워져 가고 있다. 이런 트렌드에 편승해 몇 년 전만해도 예약을 하고 줄을 서야 식사를 할 수 있었던 패밀리레스토랑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한식을 위주로 하는 뷔페는 지난 2013년 3곳에 불과 했으나 지난해 말까지 이랜드의 '자연별곡', CJ푸드의 '계절밥상', 신세계푸드의 '올반' 등이 100여곳 이상의 프렌차이즈 매장들이 성업 중이다.
 등장 할 자급자족형 라이프스타일과 농업

이처럼 집 밥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는 데는 그 원인과 사회적 요소가 뒤 따랐을 거라고 보는데 첫 째는 노령화 사회에서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과 아무도 믿지 못하는 의심 증후군이 확산되면서 좋은 식자재를 직접 구매해 본인이 손수 만든 음식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는 로망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두 번째는 분주한 생활을 하는 도시민들이 집 밥을 그리워하게 되면서 따뜻하고 감성적인 집 밥에 올인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집 밥의 유행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가?  집 밥의 유행으로 변해가는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보면 많은 사람들이 더 직접 좋은 식자재를 구해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거리를 해결하려 할 것이며 이런 생활들은 가급적 자신의 식자재를 직접 구하고, 더 나가면 직접 생산해 먹으려는 습성들이 더 강해 질것이라는 것인데 이를 전문가들은 완벽한 '자급자족형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명명화고 이런 삶이 최고의 삶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농업측면에서도 이러한 빅 트렌드를 타고 새로운 경영전략들을 만들어야 하는데 무엇이든 직접 만들어 보려고 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게 농업을 체험형 6차 산업으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을 농장으로 초대해 직접 농산물 생산과 수확에 참여토록 하고 그 농산물을 구매해 식자재로 활용토록 직판을 활성화해야 하며 농장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활용해 소비자들을 초청한 팜 파티도 계절별로 개최해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여 나가야 한다.

우리 농업과 관련된 집 밥 트렌드는 분명 우리 농업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기에 농업경영전략과 관련 프로그램 개발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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