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업체 'JSM' 양경태 대표


▲ 2008년 10월 중국 칸톤페어에서 이란 대리인 hamid(왼쪽)와 양경태사장(오른쪽), 권회성 과장.
학창시절 총학생회 멤버들이 사회에 나와서도 끈끈한 인연을 맺으며 '사고'를 쳤다. 총학생회장은 사장이 됐고, 총학생회 기획국장은 차장, 단과대 부학생회장은 과장으로 제 2의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에 둥지를 틀고 있는 무역업체 jsm(대표·양경태·35).주방과 욕실에서 고정걸개로 쓰는 진공흡착판 '에버락(ever loc)'을 유럽, 아시아에 유통시키는 딜러다.
지난 해 150만 달러(미화 기준)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에 비해 2배의 성장세다. 35살인 사장을 비롯해 6명의 직원 모두가 파릇파릇한 젊은 세대다.
이 회사 양 사장은 충북대학교 제 32대(1993학번) 총학생회장이었다. 양승만 차장, 권회성 과장 모두 당시 총학생회 간부였다. 이들이 회사를 차린 밑천은 젊음 하나였다. 보기에 따라서는 무모하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양 사장과 양 차장, 권 과장은 학교 졸업후 저마다의 길을 가면서도 '언젠가 한 번 우리도 멋지게 사업을 해보자'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양사장 경우 이미 재학 시절 군 복무를 끝내고 복학을 기다리던 1996년 조그만 트럭으로 시골 구판장에 물건을 대주기도 하고, 택시까지 끌며 그 꿈을 키워왔었다.
그래서 주중에는 각자 회사를 다니다가 주말에는 한자리에 모여 사업구상을 했다. 양 사장은 lg화학 청주공장을 다녔고 양 차장은 현대모비스, 권 과장은 서울 무역업체에 몸담았었다.
나름대로 사업윤곽이 잡혔다고 여긴 2005년 1월 모두 과감하게 회사를 뛰쳐나와 '미래통상'이란 회사를 차렸다. 떡잎에 레이저로 'i love you'같은 글귀를 새겨 선물로 주고받는 '메시지 콩'이 주력제품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만들기만하면 곧바로 팔릴 것 같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미국 la 한국상품전에 자신있게 참가했지만 호기심만 끌었을뿐 성과가 없었다. 냉혹한 시장과 세상물정을 새삼 느낀 채 실패의 쓴맛을 맛봤다.
문제는 아이템이었다. 이후 이들은 기발한 상품을 찾기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한창 개발붐을 일으킨 베트남을 한 달동안 이 잡듯 뒤졌다. 아무 도와주는 사람 없고, 뭐 하나 확실한 게 없는 상황에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그냥 돈 될만한 아이템을 발굴하려고 이곳저곳을 누볐다. 양 사장은 "그저 겁없이 부닥쳤다"고 회고했다.
그러다 눈이 번쩍 뜨이는 걸 찾았다. 2005년 서울에서 열린 중소기업제품 판촉전에서 지금의 진공흡착판을 만났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업체가 만드는 것인데 "아! 이거다"생각이 들어 곧장 사장을 만나 해외판권을 달라고 졸랐다.
업체 사장도 젊은 사람들의 열정을 가상하게 여겼던 지 "밀어줄테니 해보라"고 했다. 이제야 풀리는가보다 여겼다.
그렇지만 역시 생각일뿐 실적이 없었다. 없는 돈 쓰면서 유럽, 아시아 전시회 등 15개 나라를 기웃거리며 판로를 뚫어보려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나 운명같은 기회가 왔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2006년 4월 '뭐 좋은 게 없나'하고 무역협회충북지부를 찾았다가 홍콩 가정용품 전시회를 알게됐다.
이것이 사업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곳에서 스위스가 본사인 dmv사의 오너 마크 쉴드네흐트를 만났다. 통하는 사람은 서로를 알아본다고 몇 마디 상담 끝에 dmv사의 요구조건을 갖춘 제품을 유럽에 유통시키기로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리고 그해 8월 12만 달러어치 첫 수출이 이뤄졌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은 전세계 37개국에 물건을 대주고 있다. 올해부터는 국내시장도 두드려볼 생각이다. 미국시장에서도 지난해 11월 마케팅을 시험했다.
해외출장이 이어졌고 양 사장은 지난해 8월 이후 넉달동안 20개국을 날아다닌 끝에 번듯한 2층 사옥도 마련했다.
돈만 버는 업체가 아닌 기업공동체를 만드는 게 꿈인 양 사장에게 "지금 전세계가 경기불황에 빠졌는데 만일 또 다시 실패하면 어떻게 할거냐"고 물었더니 "그런거 모릅니다. 또 뚫으면 됩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박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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