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한창 대학 입시가 마무리되는 시점이다.

고등학생들은 대학만 가면 인생이 꽃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학을 향해 정신없이 달려간다.

필자는 어느 때부터 그 모습이 영화 '아일랜드'같다고 생각한다.

유전자 복제 인간들이 원래 주인의 치료 목적으로 배양되는 지하 장소에 모여 단조로운 일을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이름'이 불리면 '아일랜드'로 간다고 축하한다.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천국'이라고 착각하고 가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리던 그 '아일랜드'는 바로 주인을 위해 자신의 장기를 내어주기 위한 수술대다.

대학은 고등학생들에게 '아일랜드'이다.

그곳은 낭만과 꿈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하지만 대학을 나와서 멋진 직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요즈음 대졸 취업률은 정말 낮다.

교수들도 직업학교처럼 학생들의 취업을 지도하지 못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졸업장을 거머쥐고 학원으로 달려간다.

대학교 졸업하고 9급 공무원 시험 합격하는 것이 로망이라는 말도 회자한다.

9급 공무원 시험에 대학졸업장이 필요 없으니 아이러니다. 대학은 왜 가는 것일까?

자신의 능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기 위해서?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고 영화 '타짜'에서 김혜수가 말하는 모습처럼. 이런 보여주기 경쟁은 스펙 쌓기라는 현상으로도 흔히 볼 수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대학이 직업훈련소이길 바란다.

대학을 나와 척척 취업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하지만 대학 교수는 직업훈련소의 숙련된 기술자가 아니라 학자라는 문제가 있다.

그들은 자신처럼 학자를 길러내는 데는 전문가일 수 있지만, 글쎄. 자신이 취업해보지 않는 분야에 제자를 취업시키는 것은 인맥으로나 가능할까?

그러다보니 다시 "어느 대학 출신이다"라는 것이 실력보다 중요해지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허울 좋은 이름을 선호하는 사회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의미한 교육적 낭비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보다 어린 나이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정하고 그 길을 나아가는 것이 '명문대 출신의 백수'가 되는 것보다 낫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은 아직 그걸 모른다.

자식에 대한 욕심에 눈이 먼 부모들도 알 길이 없다.

학생의 진로를 안내하는 교사들이 학생들의 내실 있는 인생 설계를 도와주기는커녕 앞장서서 '명문대 몇 명 합격'을 자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보낸 제자 중에 적성을 찾아 다시 방황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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