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갑 교육문화부 부장

▲ 장병갑교육문화부 부장

[장병갑 교육문화부 부장]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정부와 교육청, 지자체 등이 '네 탓'공방만 하면서 애꿎은 학부모들만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이를 지켜만 봐야하는 어린이집·유치원 종사자들은 생계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일부 교육청들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집행하지 않으면서 우려했던 '보육대란'이 이미 시작된 셈이다.
 
일부 지자체들이 1∼2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선 집행키로 하는 등 급한 대로 불은 껐다.
 
충북의 경우 충북도가 어린이집 1∼2월 운영비 33억 원을 지원키로 했다. 같은 기간 보육료(담임교사 급여 등) 104억 원은 카드사가 대납토록 조치했다. 전국 시·도교육청의 맏형격인 서울시교육청도 사립유치원에 지원 예산을 조기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들은 보육현장의 혼란을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카드대납'이라는 일명 돌려막기도 1∼2월에만 적용된다. 결국 빠른 시일 내에 유치원 및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전액 편성되지 않는 한 반쪽, 아니 한 두 달에 불과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여기에 정치권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당은 정부 측을, 야당은 교육청을 지지하는 모양새로 누리과정 사태 해결 기미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얼마 전 있었던 전국 시도교육감들과 이준석 부총리의 만남을 통해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양 측의 입장 차만 확인했다. 서로 앵무새처럼 그동안 해 왔던 말만 되풀이 한 채 서로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해마다 국민들의 불안이 되풀이되는 만큼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누리과정 속에서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비롯해 정치, 사회, 복지 등 모든 분야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그리 간단치가 않을 것이다. 이로 인해 원인 분석과 해법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영유아에 대한 지원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우리나라에서도 누리과정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정부, 교육청 등은 기존의 주장을 잊어버리고 근원적인 해법을 내놓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자기주장만 되풀이한다면 생산적인 토론이나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다. 무엇보다 장기적인 누리과정, 즉 유아교육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누리과정의 경우 선거 직전 충분한 예산과 계획 없이 추진된 측면이 크다. 이제라도 장기적인 마스터플랜과 이를 담보할  추진동력이 필요하다. 급한 불만 끄는 미봉책은 국민 불안만 가중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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