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충북대 교수·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

이장희 충북대 교수

[이장희 충북대 교수·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 연초부터 밀려온 경제위기감이 극도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주창하여 경기회복을 위한 돈을 풀었으나 기업이나 경제생산활동에 쓰이지 못하고 시중은행에 잠겨있자 마이너스 금리를 발표했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기는 돈에 대해 금리를 주지 않기로 함으로써 실제 수수료를 고려하면 마이너스 효과가 있는 것이며 법인세인하와 추가로 돈을 풀기로 했다. 중국도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270조원을 풀면서 감세카드를 선택한 바 있으며, 미국은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재검토를 고려하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경제는 경제이론이 맞지 않는 혼돈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부채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지난 1월의 수출이 20%이상 급감하였으며, 기업경기실사지수나 판단지수가 낮아지고 유가하락으로 경기둔화가 예상되면서 증권시장이 요동치면서 각 국가별로 위기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채권시장에서 우리나라 10년만기 국고채금리리가 1%대로 떨어져 버렸다. 넘치는 돈을 주체할 수 없어 보험회사들이 10년만기의 국채를 사들였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미래상황의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에 기인된 것이다.

돈에 대한 수요를 나타내주는 것이 금리이다. 시장수요에서 금리가 낮아진다는 것은 기업이든 가계든 경제주체들이 향후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기 때문에 소비나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돈이 필요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최저금리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경기가 활성화되기 보다는 식어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일상적인 순환논리는 금리가 싸면 가계나 기업이 금융기관에서 이자가 싼 돈을 빌려 투자를 하든가 소비를 해 경기가 살면서 자유시장체제에선 시장금리가 상승요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시장상황은 뒷걸음질 치는 모습으로 국고채금리가 미국보다도 낮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낮춰 잡고 있어서 동반침체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소위 유동성 함정이라고 하는데 시중에 돈이 넘쳐 흘러도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 가계 소비가 늘지 않아 함정에 빠져버린 것을 의미한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때나 1990년대 일본의 0%대 금리정책에도 장기불황에 빠져버렸던 것과 같은데 우리나라 지금의 형국과 유사하다.

일본의 예를 구체적으로 들지 않더라도 너무나도 똑같은 최근 20년간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일본은 경기회복을 위해 100조엔을 풀었지만 소비나 투자가 줄어 들었고 성장률이 1%대로 주저않고 말았다. 그리고 금융제도개혁의 필요성을 감지하고 7년여를 끌다가 실패했다.

한국의 경우에는 경제여건이나 상황은 다르지만 대동소이한 징후를 보이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의 고령화, 노동금융개혁의 실종, 통화전쟁으로 인한 수출제조기업의 경쟁력 저하에서 더욱 중요한 변수는 후진국보다 못한 미래 불확실성이 큰 정치행태 등이 불안요소로 내재되어 있다.

한국은행이 최저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모든 기업이 투자보다는 현금보유위주의 경영을 하고 있고 정부재정의 10%이상을 더 풀었지만 식어버린 경기는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돈의 유통은 늘었지만 저축이 더 늘어 금융권에서만 맴돌고 있고 생산소비현장으로 이어지지 않아 투자와 소비는 계속적으로 위축되어 가고 있다. 민간소비율이 2%증가율밖에 유지하지 못하고 민간투자의 증가율도 3%대로 예전의 30%수준에도 미치지 못해 투자부진으로 인한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정치불신이 겹쳐 시장금리 하락이 지속되는 ‘잃어버린 20년’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통화정책인 금리를 조정한다해도 치유할 수 없는 것으로 돈을 파도 치듯이 푸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필요처에 집중지원하는 대책 등 경기위기대책이 필요하다. 노동법 개혁이 필요하면 국민대토론회 한번 제대로 해봤는지 소통부재이다. 중국과 일본은 경제공동협의회로 통화스와프를 가동하는 등 위기에 공동대처하고 있으나 우리는 수수방관하고 잇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국회는 하는일 없이 세비만 몇십억 축내고 있고 지방은 보육예산이나 누리예산으로 싸우고 또 대통령 되겠다고 국민들을 팔아먹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시중부동자금은 늘고 민간소비투자는 줄고 잠재성장률이 낮아져 먹거리나 일자리가 없어지는데 복지타령과 정치불신의 경제위기를 난국으로 몰고가는 상황이다. 장래가 불안한 노인층은 지갑을 꽁꽁닫아 저축률이 늘고, 중산층은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빚이 늘고 청년층은 취업보장도 되지 않아 부모용돈 받아 펑펑쓰는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기분이다.

지금의 현상을 세밀히 분석해 경계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급속도로 저성장기조로 흘러가게 되고 국가미래가 불확실해져 후손들에게 빈껍데기만 유산으로 물려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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