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몰 잇단 폐점에 '땡처리' 매장 늘어
"싸구려 상업지구 될라" 우려 목소리

▲ 대형 쇼핑몰의 폐점과 값싼 재고품을 판매하는 매장들이 늘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구도심 상권지역인 성안길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권보람기자

[충청일보 이정규기자] 한 때 유명 패션거리로서 서울 명동, 대구 동성로를 비롯해 전국 5대 거리로 명성을 드날렸던 '성안길'이 브랜드에 걸맞지 않은 매장들의 등장으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11일 성안길 상점과 유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들어 성안길에는 휴대전화 판매점과 속칭 '땡처리' 업자들의 등장이 많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 유명 의류브랜드 로드숍들을 한 자리에 만나볼 수 있었던 성안길의 고급화된 이미지가 점차 '싸구려' 상업지구로 전락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시대 흐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지만, 순차적이 아닌 급격한 거리 모습 변화가 오히려 고객들을 머뭇거리게 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많다. 성안길은 국민은행 남문지점을 기점으로 북쪽과 남쪽으로 뻗어있는 가두상권을 말한다.

북쪽은 상당구청(옛 청원군청), 청주 우체국, KT청주지사 등의 행정기관과 시중은행 점포가 산재해 있으며 롯데영플라자청주점, 옛 흥업백화점, 멀티플렉스 영화관, 패션의류상점, 푸드, 커피전문점 등이 밀집해 있다.

남쪽은 약국과 전통시장인 육거리 시장으로 가는 길의 다양한 로드숍, 교회 등이 자리잡고 있다.

성안길은 그러나 대형쇼핑몰들이 서부권에 오픈하고 국도변 아웃렛들이 하나둘씩 문을 열면서 가장 중요한 의류점들이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포수가 눈에 띄게 줄어 지난해 11월 기준 성안길 내 점포 수는 1100여개로, 전년보다 200여개 감소했고 위상이 높았던 2005년에 비해서는 300여개가 줄었다.

점포수 감소와 함께 대형몰의 몰락도 덧붙여져 지난 2000년 개점했던 apM몰이 2008년 문을 닫았고 2009년 오픈한 씨유멀티플렉스는 현재 공매에 부쳐졌다.

이어 서울까지 이름을 드높였던 쥬네쓰 쇼핑몰도 지난 2013년 4월 폐점하고 케이팝아웃렛으로 새롭게 출범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간판을 내렸다.

향토 백화점으로 출발한 흥업백화점은 지난해 6월 폐점하는 등 상권의 큰 영향을 미치는 대형몰들이 잇달아 영업을 종료하면서 상권 위축을 부추겼다.

그나마 패스트패션(SPA) 브랜드인 유니클로, 에잇세컨즈, 후아유, 탑텐 등이 입점해 10대에서 30대까지 고객들을 유인하며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ABC마트, 슈마커, 컨버스 등 유명 신발 브랜드까지 합세하고 CGV 2개점과 롯데시네마청주점 등이 성안길을 찾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금융권은 국민은행 남문지점과 신한은행 중앙지점이 철수하는 등 성안길 침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청주우체국은 올해 율량지구 신청사로 이전을 하게 돼 상인들과 고객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게 됐다.

흥업백화점도 LS네트웍스에서 한웰로 매각됐지만, 뚜렷한 대형브랜드 입점이 아직까지는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져 상권 활성화의 기폭제 작용을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성안길 상점들의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게 되면서 전에 찾아 볼 수 없었던 영업 매장들이 속속 들어와 성안길 위상을 더 추락시키고 있다.

가두매장 상가 밀집 지역으로서 지역을 대표하는 구도심 상권지역인 성안길의 자존심이 점차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안길에서 수십년간 영업을 해 온 상인 김모씨(49)는 "불과 수년전만해도 성안길은 패션의 명소로 지역을 대표하는 거리였다"며 "아무리 환경이 어려워졌다고 해도 위상에 걸맞지 않는 매장들이 늘어나고 있어 다른 로드숍들에게도 상당히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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