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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미학
김복회  |  webmaster@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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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24  19: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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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회 청주시 용담명암산성동장]지난 달, 중국에 있는 황산으로 포토아카데미 졸업여행을 다녀왔다. 일 년 동안 배운 것을 실습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황산을 가보지 않고는 산을 논하지 마라는 말처럼 멋진 산이었다.

숙소가 산 위에 있어 카메라 가방과 캐리어를 들고 케이블카로 올라와 짐을 풀고는 다음날 일출을 포착하기 위해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다. 해가 오전 7시 4분에 뜬다고 했지만,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4시에 일어나 일찍 산으로 올라갔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해뜨기만을 기다렸다. 주변은 어둡고 여기저기 웅성거리는 소리만이 간간이 들렸다.

기다리는 시간은 길고 해 뜨는 시간은 참으로 짧다. 아직 카메라와 익숙하지 못한 필자는 아쉬움이 많았다. 삼일 내내 일출 사진을 찍었지만 날씨가 춥고 관광객들이 많아 여유롭게 찍질 못했다. 그래도 겨울철이라 사람이 없는 거란다. 봄철과 가을철에는 하루에 3만~5만 명이나 온다니 명산은 명산인가 보다.

산이 깊어서인지 운해가 멋지게 일어서 필자도 모르게 연속 셔터를 누른다. 멋진 산봉우리와 소나무가 많은 이의 카메라 속에서 저마다의 포즈로 담긴다. 산이 높으니 계곡도 깊다. 일몰 사진을 찍기 위해 서해 계곡으로 이동을 했다. 일몰 시각이 6시라 미리 자리를 잡기 위해 4시에 도착해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다 자리를 잡고 보니 우리 일행은 하나도 없고 중국 사람들 뿐이다. 두 시간을 기다려도 지는 해를 볼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모른다. 무작정 기다려볼밖에…. 갖춘 장비를 보니 그들 실력이 보통은 넘나보다. 공감대가 있을 것 같아 대화를 하고 싶은데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일몰이 시작됐다. 생각보다 노을이 좋지 않았다. 서쪽으로 기울어가는 해를 붙잡고 싶지만 구름이 해를 품고 만다. 기대했던 만큼 멋진 일몰 사진은 아니었지만 오늘 하루 무사히 보낸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무거운 카메라로 인해 어깨가 많이 아팠다. 이것 또한 내가 선택했으니 오로지 내 몫이다. 퇴직 후를 준비한다고 시작한 사진은 그렇게 녹녹치 않았다. 많은 시간을 서둘지 않고 기다리며 감내해야 하는 중노동이다. 아마 누군가 하라고 떼밀었다면 당장 그만뒀을지도 모른다. 찍고자 하는 피사체는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러니 빛이 들어오길 기다려야 하고, 바람이 그치기를 기다려야 한다.

매미의 탄생을 오롯이 카메라에 담기 위해 4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다. 작지만 신비한 한 생명체의 탄생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지켜보며 셔터를 누르는 동안 나도 모를 희열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푸른 빛 날개가 나오는 순간의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숙연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그 기다림이 일상인 사진은 또 다른 열정을 품게 한다. 그 기다림은 지루하지 않다. 그래서 좋다. 황산 사진 품평회를 위한 사진을 고르는데 걸출한 사진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도 기다릴 것이다. 눈으로 찍는 사진이 어느 순간 마음으로 찍힐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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