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우리나라 교육 현실은 무참하다. OECD 국가 중 교사의 직업만족도는 최하위이고, 청소년 사망원인 중 부동의 1위는 자살이다. 그러나 OECD 국가 중 교사의 연봉은 3위로 매우 높다. 우리나라에서 교사가 되기 위해 교대나 사대에 가려면 고등학교 내신이 1등급이어야 한다. 이렇게 우수한 인재가 교사가 되고,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된 학문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 후보 명단에도 들어갈 인재를 키워본 적이 없다.

새벽별 보고 학교 가서 밤별보고 집에 오는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지내는 것으로 해외 뉴스에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이 받는 교육의 질은 어떨까? 아무리 종자가 좋아도 농부가 양분과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 않으면 그 씨앗은 썩어 버린다. 이런 농부 손길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아이들을 가장 오래 만나는 교사들이다. 최고의 농부가 되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듯 교사를 길러내는 교육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대와 사대 교육체제는 5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취업률이 낮은 교대와 사대에 대한 투자는 더욱 줄었다. 그렇지만 안정된 직장과 봉급이 보장되는 교사 지망생들은 넘쳐나고, 이들 중 많은 수는 사교육 시장으로 가서 공교육보다 더 '좋은' 사교육을 창출해 사교육비 부담의 악순환을 지속시킨다.
 
이런 악순환을 깨기 위해서는 질 높은 교사교육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교사가 된 후에도 방학 중에 저렴한 비용으로 단기간 동안 이뤄지는 강의식 연수를 통해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 육성의 능력을 교사가 획득하기는 어렵다. 한 명의 교사를 잘 길러내면 수천 명의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찾아 예쁘게 자라날 것이다.그런 예비교사교육에 대한 투자가 아쉬운 마당에, 안정된 직장이라는 시각으로 교직을 바라보고, 일반제 대학 졸업생들에게 교사자격증을 줘 청년 실업을 해결해 보겠다는 공약이 나타나 걱정이다.

이런 공약을 한 후보가 국회에 들어간다면 자신의 공약을 법안으로 발의할 것이고,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한 교육의 질적 하락으로 연결될 것이다. 이러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의 관심이 필요하다. 교사교육이 우리나라 인재 육성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못하고 단순히 취업이라는 시각으로 만들어낸 정책이 실현된다면, 플라톤이 말한 것처럼 정치적 공약에 무심한 결과로 우리가 받을 보상은 혹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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