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현준교수

미네르바의 글을 읽지 못하다가 구속 소식을 듣고 나서야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문제작(?)을 위주로 읽어보았다. 나름 경제학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는 필자가 보기에도 작년 9월 이후 6개월 정도 기간을 두고 경기가 급속도로 나빠질 것이라 예측한 점과 환율폭등,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을 한 달 전에 예견한 점 등을 볼 때 싸이버 토론 공간에서 열광적인 인기를 얻을 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라든가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 거품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던 것이라 그 예언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미네르바는 어떻게 이런 엄청난 호응을 얻었을까? 미국발 금융 위기가 현실화 되고 있을 때 부시와 얼싸안고 쇠고기 개방을 졸속으로 저질렀고 고환율 정책 의지를 피력했으며 호시탐탐 대운하를 이야기하던 mb정부의 삽질 경제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강만수장관을 향한 진한 반감이 묻어나는 글은 대중 뿐 아니라 경제 전문가에게도 큰 감동으로 다가 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에게는 감동으로 다가간 그 글이 mb정부에는 치욕이었을 것이다. 글이 대부분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니 말이다. 외환위기 때처럼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던 대통령의 호언은 불과 두 달도 지나지 않아서 "더 힘들어질 수 있다"로 바뀌었다.
자신만만하던 환율개입의지도 "환율은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갈팡질팡 환율정책에 외환보유고만 축났고 국가 경제는 더욱 힘들어졌다. 정권은 이미 법무장관 등을 내세워 미네르바의 글이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을 과소평가하여 정부의 신뢰를 깎아 내리려는 의도가 보인다며 수사 의지를 표명한 바 있었는데 한동안 그를 옭아맬 구실을 고심하는 듯 하더니 연말 환율개입설에 대한 게시물을 근거로 허위사실 이라며 전격적으로 구속하였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혹세무민(惑世誣民) 사건"이라고 단정했다.
혹세무민, 백성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뜻이다. 누가 혹세무민했나 잘 생각해보자. 리만 인수해야 대한민국 금융 발전할 것 vs 파산 예견; 주식사라 1년 내 부자 된다 vs 당분간 주식사지 말고 현금화 하라; 뉴타운 약속 남발 vs 부동산 대폭락위기 경고; 공문 없이 말로 만 지시 vs 연말외화매입금지 공문. 내가 볼 때는 학력만 좋을 뿐 생각은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이 권력의 졸개들이 그가 전문대 졸업 학력에 무직임을 그 '혹세무민'의 근거라고 내세운다.
그가 일류대학 졸업자에 대기업 간부라면 사건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일까? 학력과 직업이 좋은 사람들 중에 그이 처럼 집요하고 명쾌하게 이 정권의 실수를 꼬집은 이가 없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 아닌가? 노무현 정권때는 사사건건 대통령을 조롱하던 자들이 요즘은 행여 밉보여서 다칠세라 납작 엎드려 있는 꼴이란 내가 보기에도 참으로 한심하다. 그러니 대중이 볼 때는 어떻겠는가.
미네르바에 더욱 열광할 수밖에… 그가 스스로를 늙은 고구마 장사라고 했든 해외 유학파 엘리트라고 했든 사이버 토론 공간의 놀이 문화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으로 사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각하는 국가다"를 외치던 독재의 추억을 못 잊어서 30년 전으로 문화적 퇴행을 강행하려는 '사이버 모욕죄' 추진세력이 현행법으로도 구속 가능함을 보고 기뻐하다가 나중에 뭐라고 변명할지 궁금하다.
본인명의 주택의 주소지로 살고 있고, 전과가 없으며, 지금까지 수사기관의 출석요구를 받은 적이 없고, 일정한 ip를 사용하면서 작성한 글이 이미 수백군데에 옮겨져서 도저히 증거를 인멸 할 수 없는 젊은이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판사의 머리에는 또 어떤 생각이 있는지도 참으로 궁금할 뿐이다. 이런 코미디가 국가신인도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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