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 심완보 충청대 교수

[심완보 충청대 교수] 아침 모 일간경제지에 '위기의 조선…6개월 후 도크가 빈다'라는 타이틀이 눈에 확 들어왔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는 느낌이었다.
 
지난해 조선업계실적은 최악을 기록했다고 한다. 일감이 줄어든 것은 국제 유가 하락과 세계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발주량과 수주량이 모두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내 대형 조선 3사가 나란히 조 단위 영업 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손실이 난 원인을 살펴보면 조선업 인력구조의 문제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 조선업의 인력구조는 조선관련 인력이 75%, 해양기술 인력이 25%인데 지난 2~3년간 매출 75%는 해양플랜트 쪽에서 나왔다.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인력을 해양플랜트 부문에 배치하고 관련 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 매달렸다.
 
저가의 가격과 공기 단축이라는 무리한 제안으로 프로젝트 수주에는 성공했지만 경험 부족으로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는 전체공사기간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그에 따른 위약금 지급으로 엄청난 적자를 보게 됐다. 이러한 공사기간 지연의 가장 큰 원인은 해당분야에 있어서 축적된 경험 부족이다.
 
예전에는 시추 깊이가 200~300미터였던 것이 최근 들어서는 3000미터까지를 목표로 하는데 3000미터 아래에서 원유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손도 쓸 수 없이 엄청난 재앙이 일어 날 수 있다.
 
사고가 날 경우 천문학적 배상으로 회사가 도산할 수도 있어 검증된 기술 없이는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
 
이런 검증된 기술은 학문으로 접근해야할 영역이 아니라 경험적으로 습득해야할 기술이다.
 
수십, 수백 년의 경험 축적이 필요한데 우리에게는 선진국처럼 백년 이상의 경험을 축적해나갈 시간적 여유도 없고 그렇다고 중국과 같이 한꺼번에 많은 실패를 감수하면서 빠른 속도로 대량의 경험을 축적할 거대한 내수시장도 없다는 것이 문제해결의 어려운 점이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이러한 어려움이 조선해양플랜트 부문뿐만이 아니라 우리 산업 전 부문에 걸쳐 당면한 현실이라는 점이다.
 
얼마 전 산업현장 경험이 많은 26명의 공과대학 교수들이 우리 산업계의 멘토로서 당면한 문제를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글들이 생각난다.
 
멘토들이 제시하는 공통적인 해결책은 우리 산업계가 하루 빨리 국가적인 차원으로 경험을 축적해가는 체제를 갖추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는 우리 사회가 창조적 축적을 위한 열린 자세와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새롭고 도전적인 개념을 자신 있게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실패를 용인하며, 이러한 경험을 축적하고자 노력하는 조직과 사람에게 더 많은 성공의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나아가 항상 짧은 기간에 정해진 목표를 조기에 초과 달성하던 습관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투자하여 시행착오의 과정과 결과를 탄탄히 쌓아가는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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